[잠깐 읽기] ‘문명 마천루·자연 녹지’ 조화 이룬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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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으로 본 시카고 이야기 / 이중원

미국의 중심 도시는 동·서부에서는 각각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이고 중부에서는 시카고다. 시카고는 건축의 도시이자 건축가의 도시다. <건축으로 본 시카고 이야기>는 시카고의 매력적인 도시 건축을 살핀 책이다. 시카고는 어떻게 보면 모순적인 도시다. 문명의 마천루와 자연의 녹지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강변은 마천루의 인공 협곡 같다. 강에 배워 띄워 건축 크루즈를 할 정도다. 높이의 미학, 수직의 철학을 구현한 시카고강 마천루 협곡은 현대문명의 서사시로 불린다. 이렇게 높은 빌딩이 많은 것은 시카고 역사와 관련이 있다. 1871년 대화재로 1만 8000채가 불에 타 10만 명이 집을 잃었을 때 도시를 재건하면서 시카고학파의 건축을 도입한다. 시카고의 상인 정신과 효율성을 앞세워 건축의 용적률을 높였던 거다. 그렇게 해서 시카고는 근대 마천루의 발상지가 됐다.

반면 미시간호 수변은 철저하게 녹지로 비워두었다. 수변 땅을 사유화하지 못하도록 19세기에 이미 명시했다. 1893년 건축가 다니엘 번햄은 수변과 조경, 조각과 건축이 하나로 작동하는 도시를 제시했으며, 그것을 따라 시카고가 만들어진 거다. 미시간호 수변에 있는 거대한 공공 건축물인 도서관 아쿠아리움 박물관 과학관 동물원 등은 시민들의 정서와 탁월하게 호흡하고 있다고 한다. 이중원 지음/사람의무늬/420쪽/2만 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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