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눈높이 맞춰 전통시장 활기 되찾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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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청 동래시장번영회 회장

“시설은 조금 불편해도 품질만큼은 자신 있습니다. 수십 년 단골 고객들이 증거입니다.”

(사)동래시장번영회 박원청(62) 회장은 전통시장의 경쟁력이 ‘품질’이라고 했다. 한평생 장사를 해 온 전통 시장 상인들은 저마다의 좋은 거래처를 갖고 있고, 오랫동안 거래를 이어온 ‘신뢰’로 가격과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편의를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노후화한 시설이나 결제와 주문 시스템의 미비 등이 대표적이다.

노후 시설·결제·주문 시스템 개선
옥상 개방 놀이터·주민 텃밭 등 추진
품질에 자신, 고객 신뢰 확보 최우선

박 회장이 900평(2975㎡) 규모의 동래시장 옥상 활용에 적극적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올해 초 동래구가 지역구인 박민성 시의원이 동래구청 옥상에 사람들이 찾아오는 공간을 만들어 보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냈다. 박 회장은 옥상 개방의 아이디어를 듣자마자 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흔쾌히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동래시장 옥상은 설날 떡국잔치 등의 행사 때 사용되고 있었지만 지역 어르신 등으로 방문객이 한정되어 있었다. 인근 아파트촌의 젊은 고객들이 시장을 찾게 할 방법을 고민하던 중에 박 의원의 제안을 받게 됐다.

“키즈카페처럼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놀이터나 주민들이 텃밭을 가꾸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동래시장 안에서 물건을 구매한 영수증을 들고 오면 저렴하게 카페를 이용하는 방안도 생각 중이고요. 동네 사람들이 중고 물건을 사고파는 벼룩시장이 열려도 좋아요. 인근 주민들이 수시로 오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동래시장 옥상의 대변신은 내년께 가시화할 예정이다. 현재는 시비와 구비 등의 예산 지원 방안과 옥상 안에 넣을 콘텐츠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10년 전부터 번영회를 이끌고 있는 박 회장은 동래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이나 지역사회와 연계한 프로그램 유치를 위해 활발하게 활동했다. 날이 어두워지면 청사초롱 불빛을 보고 주막집을 찾아가던 옛날 풍습을 동래시장에도 적용해 시장 리모델링에 적용하기도 했다. 저녁 무렵이면 동래시장 건물 주변에 수십 개 청사초롱에 불을 밝혔다가 오후 9시가 되면 끈다. 상인회 사무실 옆의 빈 사무실을 이웃들에게 내어 주기도 한다.

박 회장은 주차장이나 카드 결제 시스템의 미비 등 전통시장이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했다. 아직 기기 사용에 서툰 상점 주인들이 많지만, 젊은 세대가 찾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래시장에서만 통용되는 화폐나 온라인 쇼핑몰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품질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신하면 충분히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전통시장이 될 겁니다.” 박 회장은 전통시장이 ‘죽어가는 시장’이 아닌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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