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48. 벌프펙 ‘Thrill of the 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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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Funk)는 디스코 음악과 더불어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음악일 텐데요. 1960년대 중반에 등장한 이 ‘흥겹고 댄서블한 음악’은 이후 많은 아티스트에 의해 재창조되고 진화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펑크라는 이름은 전통적이고 예스러운 음악으로 다가오기까지 하지요.

누군가 ‘지금도 제임스 브라운의 시대에 있을 법한 생생한 펑크를 들을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저는 “물론입니다!”라고 대답을 할 것이에요. 왜냐하면 ‘벌프펙(Vulfpeck)’이라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멋진 밴드가 있기 때문입니다. 미시간대학교에서 음악을 함께 전공하던 친구들이 모여 만든 이 밴드는 2011년부터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에게 올해의 아티스트를 꼽으라면 단연코 ‘벌프펙’을 꼽을 만큼 그들의 활동은 오히려 지금 더욱 빛나고 있습니다.

벌프펙의 연주는 들어본 사람이라면 ‘우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현란하고 화려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무척 편안하고 또 감성적이지요. 그래서 너무 멋진 연주를 만끽하는 동시에 일상에서의 음악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들의 음악이 지금 더 빛을 발하는 것은 이들이 음악을 바라보는 미래지향적 시선, 또 지금의 음악가들에게 플랫폼과 미디어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에 대한 모범적 답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벌프펙의 유튜브 채널에서 그들의 음악과 영상을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요, 마치 일렉트로닉 아티스트들이 비주얼 미디어와 함께 공연하듯 정통 펑크 음악을 멜로디에 따라 시각화하기도 합니다. 턴테이블과 LP로 음악을 믹스했던 예전의 디제이들처럼, 그러나 LP 대신 유튜브의 라이브 영상으로 음악을 믹스하기도 하지요. 이런 재미있고 발칙한 상상은 이들의 음악을 더욱 재미있고 유쾌하게 만들어서 듣는 이가 친숙함을 갖게 합니다.

이러한 재미는 단순히 유쾌함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이들이 음악가로서 미디어와 플랫폼을 사용하는 방식은 마치 현대미술관에서 다양한 콘텐츠의 재미를 즐기는 듯한 체험을 하게 하죠. 벌프펙은 대중음악의 고전적 장르 중 하나인 펑크를 가장 순수한 형태로 간직하고 계승하지만 ‘컨템포러리 펑크’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할 만큼, 또 그 단어가 너무 잘 어울릴 만큼 새롭고 신선한 음악을 선보입니다.

동시에 이들의 음악적 행보와 시선은 지금의 시대를 포함한 미래를 향해 있습니다. 그렇기에 벌프펙의 펑크는 가장 고전적이지만 무척 세련되게 다가옵니다. 최근 이들이 더 많은 음악 애호가들에게 각광을 받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대중음악의 어떤 장르가 예스러움을 간직하며 이토록 세련미를 갖출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그 놀라움이 궁금하신 분들은 2015년의 앨범 ‘Thrill of the Arts’를 시작으로 벨프펙의 여정을 함께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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