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화물선 싹쓸이… 수출업체, 발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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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수출화물을 운송할 선박이 부족해 부산항 감만부두에 화물이 실린 컨테이너가 잔뜩 쌓여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사례1-부산에서 국제물류주선(포워딩)을 하는 A업체는 최근 선사로부터 예약한 동남아 항로 물량의 10분의 1밖에 실어 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연실색했다. 이 업체 대표는 “요즘 중국에서 더 높은 운임을 준다고 하니, 우리나라 화물은 거절 당하기 일쑤”라며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수출업체가 3만 달러, 우리 회사가 2만 달러의 추가 부담을 하고서야 겨우 물건을 배에 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례2-화물운송 서비스를 하고 있는 부산의 B업체는 대기업과 맺은 연간 계약을 월간 계약으로 바꾸기 위해 읍소 중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유럽으로 가는 40피트짜리 컨테이너 운임이 올해 초 1200달러 하던 것이 연말 기준 6800달러까지 치솟았다”며 “대기업과 연초에 맺었던 계약 금액으로는 물건을 실을 때마다 적자가 발생해 계약 변경 요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르는 대로 운임 주는 중국
전 세계 배·컨테이너 몰려
국제해상운송비도 배 폭등

항비 감면 등 정부 대책 ‘뒷북’
영세·중소업체 연말 생존 기로



코로나19 여파로 수출화물을 실을 배 구하기가 힘든 상황에서 화주와 선사 사이에 낀 부산 지역 물류업체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특히 ‘세계의 공장’ 중국이 코로나19에서 회복하고 난 뒤 미주와 유럽에 이어 동남아 항로의 운임까지 폭등하고 있다.

실제로 국제 해상 운송비의 기준이 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 6월 1000포인트(P) 수준에서 지난달 말 기준 2000P를 넘기며 배 이상 급등했다. 김길수 은산해운항공 부사장은 “중국이 부르는 대로 운임을 주겠다고 나서면서 전 세계 배와 빈 컨테이너가 중국으로 몰리고, 우리 화물을 실을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이 2주간 춘절 연휴에 들어가는 내년 설까지는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출, 물류기업들의 어려움이 깊어지자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일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무역협회, 선주협회 등과 ‘민관 합동 수출입 물류 종합대응센터’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해수부도 미주와 동남아 항로에 추가 선박을 투입하는 선사에 별도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항비 감면 혜택을 내년 6월까지 연장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관련 기업들은 정부의 대책이 ‘뒷북’이라고 지적한다. 부산의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과연 20피트짜리 컨테이너 개당 2만 원에 불과한 인센티브로 움직일 선사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며 “영세 물류업체, 중소 수출업체의 생존을 위해 당장 올 연말을 넘길 수 있는 긴급 처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해운항만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와 같은 물류대란이 2017년 한진해운 파산 때 이미 예견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장기적으로 우리 수출기업을 지원할 국적선사의 비중을 높여 해운주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류동근 한국해양대 해운경영학부 교수는 “HMM(옛 현대상선)의 경우 내년까지 총 20척의 컨테이너선이 투입되기 때문에 1~2년 내에 공급이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 백신이 나오고 경기가 좋아지면 외국 선사들 역시 공급을 더 늘리겠지만, 당장은 수요인 물동량에 비해 공급이 달려 수출업체의 납기일 지연 같은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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