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징계위 또 연기… ‘찍어내기’ 비판 의식한 속도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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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추-윤 갈등’

4일 예정됐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찰 징계위원회가 오는 10일로 다시 연기됐다. 법무부가 지난 2일 한 차례 징계위 일정을 연기한 데 이어 또 연기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는 청와대가 ‘징계위의 절차적 정당성·공정성’을 강조한 데 따른 결정이란 분석과 함께 ‘정치적 징계’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덜어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종의 속도 조절이라는 해석이다.

3일 오후 문 대통령 첫 직접 언급
법무부, 2일→4일→10일로 발표
중징계 예상 속 부담 덜려는 포석
검찰 징계위원 선임 난항 분석도
업무 복귀 윤 총장, 대응시간 확보
월성 1호기 수사로 정부·여당 압박

법무부는 3일 오후 “검찰총장 징계위 심의와 관련해 절차적 권리와 방어권 보장을 위해 기일 재지정 요청을 받아들였다”며 “위원들의 일정을 반영해 10일로 심의기일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법무부의 일정 연기 결정은 긴급하게 이뤄졌다. 앞서 윤 총장 법률 대리인인 이완규 변호사는 지난 1일 “형사소송법상 첫 번째 공판기일은 소환장이 송달된 뒤 5일 이상 유예기간을 두도록 하는데 법무부가 이를 위반했다”며 기일 연기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3일 오전까지는 “근거 없는 요청”이라며 연기 가능성을 일축했다.

법무부의 입장은 3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이후 180도 바뀌었다. 문 대통령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는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2일 임명된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이 징계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지 않도록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추 장관이 지난달 24일 징계 청구와 직무 배제를 결정한 이후 처음이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가 ‘징계위 강행’에서 ‘징계위 연기’로 선회한 배경에는 ‘징계위 개최=윤 총장 사퇴’라는 프레임을 거듭 강조한 상황에서 이에 따른 정치적 부담감을 덜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윤 총장에게 중징계를 내릴 것을 사실상 밝힌 상황에서 절차적 정당성과 함께 징계위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을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징계위원 구성에 난항을 겪은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법무부는 내부 위원인 추 장관과 이 차관을 제외한 검찰 위원 2명의 선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징계위 일정이 연기됨에 따라 윤 총장은 징계위에서의 대응 논리 마련을 위한 시간을 벌게 됐다. 이와 동시에 사실상 청와대와 정부 여당에 ‘역린’으로 여겨지는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관련 수사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윤 총장은 지난 2일 원전 관련 내부 자료 삭제에 관여한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공무원 3명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승인했다. 산업부 국·과장급인 이들 공무원은 감사원이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기 직전인 지난해 11월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444건을 삭제한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은 이들에 대해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검찰에 전달했고, 검찰은 산업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는 등 수사를 벌여 왔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인 ‘탈원전·친환경 에너지 확대’ 정책을 검찰이 막아서고 나선 것이 아니냐면서 검찰의 수사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한편 추 장관과 윤 총장은 징계 위원 명단 공개와 관련한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징계 위원 명단을 확보해 기피 위원 신청에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추 장관은 이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상황이라 양측의 치열한 법리 다툼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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