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 훼방’ 구경만… 국민의힘에 ‘부산의 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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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부산 의원들이 2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가덕신공항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총리실 검증 발표 이후 국회의 ‘가덕신공항 추진’ 국면에서 국민의힘 부산 의원 15명의 존재감이 실종됐다. 대구·경북(TK) 의원들의 가덕신공항 방해 노골화에도 당내 ‘단일 지역 최다’(지역구 84명 중 15명)라는 부산의 수적 우위가 무색하게 속수무책으로 무기력한 모습만 되풀이하고 있다. 부산 국민의힘이 여당보다 먼저 특별법을 냈고 ‘신속 추진’ 구호를 들었지만 속내는 ‘가덕신공항 반대로 비친다’는 당내 평가가 나올 정도다. 사실상 ‘직무유기’에 가깝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3일 “부산 의원을 개별적으로 만나면 지역 상공계와 (부산시장 보궐선거 등)선거 때문에 가덕신공항에 (찬성)서명을 하고 있지만 가덕신공항의 당위성을 얘기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며 “해당 지역도 미지근한데 당연히 국민의힘 지도부와 주류 입장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가덕신공항에 대해 반대 기류가 강하다”고 했다.

‘가덕신공항 국면’ 부산의원 존재감 실종
TK의원 가덕 부대의견 삭제 때 무기력
‘단일 지역 최다’ 15명 수적 우위 무색
기자회견 5명 불참 ‘구심력 상실’ 분석
“속내는 가덕 반대” 당내 평가 나올 정도

부산 국민의힘의 빈약한 정치력은 지난 2일 가덕신공항 적정성 조사 연구용역비 20억 원 편성 방침이 뒤집히는 과정에 압축적으로 노출됐다. 이날 주호영(대구 수성갑) 원내대표와 예결위 야당 간사인 추경호(대구 달성) 의원은 국토위와 예결소위를 통과한 ‘가덕 용역비’ 부대의견을 급작스럽게 삭제하고, 김해신공항 예산 283억 원을 가덕신공항에 쓰자는 여당 제안도 외면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부산 국민의힘은 없었다. 국가 재정에 가덕신공항이라는 ‘도장’을 찍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는 대구 출신 야당 원내대표와 간사 ‘몽니’에 결국 사라졌다.(부산일보 3일 자 4면 보도).

이날 오후 가덕신공항 예산이 ‘뒤집혔다’는 언론 보도가 나가자 부랴부랴 하태경(부산 해운대갑) 부산시당위원장 등이 주 원내대표를 뒤늦게 찾았지만, 소득은 없었다. 당 관계자는 “한마디로 부산의원들이 주 원내대표한테 엄청나게 깨졌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부산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5시 가덕신공항 용역비 관련 기자회견을 국회 소통관에서 열었지만 “민주당과 국토부가 정리하라”며 화살을 허공에 날렸다. 대신 “주 원내대표 입장도 우리와 입장이 같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으며 오히려 가덕신공항을 반대하는 주 원내대표를 옹호했다. 예결위 소위에서 부대의견을 합의한 당사자인 박수영(남갑) 의원도 자신의 결정이 뒤집힌 ‘억울한’ 상황이지만 평소와 달리 입을 닫았다.

내용도 문제였지만, 회견 형식도 허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15명 중 조경태(사하을)·김도읍(북강서을)·이헌승(부산진을)·장제원(사상)·백종헌(금정) 의원은 불참했다. 지역 최다선인 서병수(부산진갑) 의원은 “3선 의원은 한 명도 없네”라며 자조했고, 하 위원장은 “제가 3선”이라면서 겨우 분위기를 풀었다.

이날 국민의힘에는 예산 본회의를 맞아 소속 의원 경내 대기 결정이 내려진 터라 의원 대부분이 여의도에 있었다. ‘다른 일정이 있었다’는 불참 사유는 납득이 어렵다. 당 공보실의 회견 일정 공지도 없었다. 현역 10명이 참여하는 원내 일정이 공식채널로 공유되지 않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부산 국민의힘 당내 위상과 무관치 않다.

부산 국민의힘 ‘정치력 부재’는 당 핵심 논의기구 면면에서 일찌감치 예견됐다. 국민의힘은 21대 국회에서 주 원내대표가 주재하는 비공개 원내 전략회의를 통해 지도부 메시지나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한다. 10여 명이 참여하는데 부산 의원은 없다. 주 원내대표를 비롯해 윤재옥(대구 달서을), 이만희(경북 영천청도), 정희용(경북 고령성주칠곡) 등 TK는 4명이 참석하는 것과 비교된다. 부산 이주환(연제) 의원이 원내부대표를 맡고 있지만, 핵심 논의에선 배제된 셈이다. 당 최고위원 격인 비대위원 자리를 차지한 김미애(해운대을) 의원은 지금까지 비대위에서 가덕신공항 얘기를 꺼내지 못하고 있다. 이헌승 의원은 가덕신공항 관련 상임위(국토위)에서 야당 간사를 맡고 있지만, 특별법 처리 등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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