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훌륭한 작품과 애국자의 삶, 교과서에 수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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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인 신부는 문학 아카이빙 팀에게 “독자성이 강한 부산 문화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 부산시의 전향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조갑상 요산기념사업회 이사장, 송기인 신부, 최원준 시인.

민주화에 대한 열정과 지역사와 지역문화에 대한 열정은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그런 열정의 자리에 요산 김정한과 윤정규의 문학도 놓여 있고, 부산 문학의 고갱이도 있을 것이었다. 이 점을 부산 민주화운동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송기인(82,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이사장) 신부에게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일 송 신부의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용전리 사제관을 다수 문인들이 방문했다. 부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현재 진행 중인 ‘요산문학관 아카이빙’과 ‘소설가 윤정규 아카이빙’과 관련해 송 신부의 구술을 채록하기 위해서였다. 송 신부 얘기 중 크게 세 가지를 갈무리해 보았다.

부산 문학 아카이빙 2개 팀
송기인 신부 찾아 구술 채록

부산시·구청 문화마인드 답답
요산 김정한 제대로 대접해야

부산 문화 지역 독자성 강해
후대가 배울 수 있게 해야
지역 정신 일깨울 수 있어

첫째 송 신부는 “부산시와 구청들의 문화 마인드가 답답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송 신부는 “요산 김정한은 어떤 틀을 훌쩍 뛰어넘어서 있는 너무 크신 분”이라고 했다. 부산이 참으로 귀하게 여겨야 하는 분이라는 거다. 그는 어느 글에 ‘그분의 작품들을 찾아 읽으며 인간-짓밟히는 약자의 인권에 그렇게도 연민의 정으로 파고드는 자세가 존경스러웠다’고 적었다.

“그런데 부산시나 구청에서 요산을 제대로 대접하는 경우를 못 봤어요. 지금도 요산문학관이 무척 어렵다고 했지요. 부산시나 금정구청이 뭘 하는지 모를 일이에요.” 요산문학관 건립의 경우, 요산 사후 기념사업을 추진하면서 무려 10년이나 걸려 완료했다. “그 당시 일이 잘 안 돼 나에게 일을 맡겼지요.” 계속 일이 지지부진하다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요산문학관 건립의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그러다가 또 주춤거리고 있을 때 송 신부가 요산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아 결국 요산문학관 건립을 성사시켰던 셈이다. “2003년 요산 생가 복원에도 깊이 관여했어요.”

송 신부는 “부산에서는 역사와 문화 찾는 일이 잘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윤정규도 문인들에 대한 대우가 시원찮은 부산 풍토를 대단히 답답해했어요.” 송 신부는 이전에 부산소설가협회에 기부를 하거나, 최근에도 문인 추모 사업에 ‘남모르게’(?) 기부를 했다.

둘째 그는 “부산은 시민적·문화적 측면에서 지역 독자성이 강했다”고 말했다. 특히 요산의 경우가 그랬다고 한다. 송 신부는 1970년대 후반에 국제앰네스티 일을 같이하면서 요산을 만났다. 요산은 시국 현안과 시민의식에 대해 말하면서 항상 지역 주체성과 독자성을 강조하곤 했다. “예컨대 앰네스티 부산지부의 회비를 모아 서울로 보내는데 오히려 중앙에서 지방을 지원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씀했어요.”

그 같은 맥락에서 송 신부는 1985년 5월 부산민주시민협의회(부민협)를 결성했다. “부민협을 결성한 것은 서울의 민통련 부산지부로 활동할 게 아니라 부산 독자적으로 하자는 생각 때문이었지요. 내가 직접 부산에서 발기인 33명을 모으러 다녔는데 참으로 힘들었어요.” 그때 발기인으로 같이한 이들이 문학계의 요산과 윤정규, 인권 변호사였던 김광일 노무현 문재인 등이었다. 부민협 결성을 주도한 송 신부는 전두환 정권 당시인 1986년 말 1년간 미국 강제 외유를 떠나야 했다. 그때 부산교구장을 찾아가 “보소 주교요. 지금은 송 신부가 부산을 떠날 때가 아이다 이 말이요”라며 호통을 쳤던 이가 요산 김정한이었다.

지역 독자성을 내세운 부민협이 결성됐을 때 부산 문학계에서도 부산의 독자적인 5·7문학협의회가 결성됐다. 똑 같은 시기인 1985년 5월이었다. 오늘날 부산작가회의의 시작이었다. 부산작가회의는 요산이 주도해서 시작한 단체였다. 여기에 한국 민주화 운동과 궤를 나란히 한 부산 문학의 정통성이 놓여 있는 것이다.

셋째 송 신부는 “요산 작품이 교과서에 수록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과서에 수록된 요산 작품인 ‘사하촌’ ‘모래톱 이야기’ ‘수라도’ ‘산거족’은 점차 빠져오다가 2012년부터는 모두 배제됐다. “그 정신이 이어지기 위해선 후대가 그 작품을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게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송 신부는 “지역의 애국자들 순국자들의 얘기도 교과서에 수록돼야 한다”고 했다. 지역 역사와 지역 정신을 일깨울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특히 부산시교육청이 따로 교과서를 만들어 지역의 훌륭한 작품들과 지역 애국자들의 삶을 수업으로 듣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지역이 살 수 있다는 거다.

글·사진=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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