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제대로 된 커피로 새로운 문화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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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표 루스커피 대표

부산도시철도 2호선 감전역 앞에 커피숍 루스커피가 있다. 커피숍이야 우리 주변에 늘 있지만 규모도 가격도 남다르다. 규모는 200평이나 되고 가격은 6000원부터 3만 원까지다.

감전역은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 도시철도 주변에 있을 만한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없다. 그래서 이 자리에 과연 장사가 될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루스커피 박순표(48) 대표는 이 한마디로 손익 여부를 설명했다. “저 미국 회계사 자격 소지자입니다.”

은행원 출신으로 커피 공부 10년째
200평 매장에 다양한 커피 제공
앞으로 전시·커피 교육 진행 예정

박 대표는 우리은행, 일본계 은행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거기에다 미국 회계사까지 있으니 누가 뭐래도 ‘금융맨’이다. 갑자기 박 대표가 커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해졌다.

“일본계 은행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우리나라는 커피가 이렇게 대중적이지 않았어요. 일본은 지금의 한국처럼 커피 붐이 불었는데 절반은 허영심, 절반은 호기심으로 커피를 파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커피는 참 많은 것들이 담겨있어 정말 재밌더라고요. 그렇게 커피를 시작하게 됐죠.”

오랜 시간 동안 커피를 공부하고 있다는 박 대표 입에서는 재밌는 커피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 루스커피의 명물이자 한번 맛보면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게이샤 커피’는 원래 일본 게이샤가 원조가 아니란다. 게이샤는 대표적인 커피 산지인 에티오피아의 지명이다. 게이샤 커피의 특징은 마지막에 느낄 수 있는 향긋함인데 이를 두고 일본에서 게이샤와 연관해 마케팅 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외에도 커피에는 세계사가 가득 담겨있다며 즐겁게 이야기했다.

커피에 대한 다양한 생각이 있겠지만 박 대표는 오랜 고민 끝에 양질의 커피 생두를 소형 기기를 이용해 과하게 태우지 않고 로스팅하며 드립 방법으로만 커피를 추출하는게 가장 맛있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비싼 로스팅기, 그라인더, 커피머신을 구매하면 본전을 생각해 효율성만 따지게 될 것 같더라고요. 루스커피는 효율성이 강조된 장비가 아니라 느리더라도 제대로 커피 맛을 낼 수 있는 드립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다른 커피 가게들에 비해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 않습니다.”

이러한 루스커피의 방식과 맛은 입소문을 탔고 커피 마니아들은 멀리서 이곳을 찾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루스커피 맛에 서서히 빠져드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

“한 주민이 ‘주변에 있는 구청이나 경찰서 등 관공서 직원이 퇴근하면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조용한 곳이었는데 이렇게 분위기 있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있어 사람들도 모이고 너무 좋다’고 하시는 말씀이 참 고맙더라고요.”

지금은 코로나19로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전시, 커피 교육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200평 규모의 대형 매장을 연 이유다.

“커피를 통해 누구나 함께 즐기고 또 이를 통해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는 공간이 되고 싶습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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