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회 부산대 명예교수

우리 몸에서 입술만큼 감각신경말단이 많은 곳은 없다. 남자의 음경귀두가 4000개, 여자의 클리토리스가 8000개인데 반해 입술은 남녀 모두에서 1만 개가 넘는다. 성기 빼고 그 다음으로 예민한 곳이 발인데 한쪽 발에 7800개라니 성감대의 측면으로 보아도 입술을 따라 올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키스에서 별 쾌감을 못 느꼈다거나 결혼한 지 오래되어서 시시해졌다고 생각한다면 반성하시기 바란다. 미국의 통계지만 키스가 재미없어서 헤어지는 경우가 남자의 50%, 여자의 60%라고 한다. 성 표현에서의 성별 역할이 남자가 90%, 여자가 10%를 차지한다고 하니 아무래도 남자가 공부를 더 해야 할 것 같다.

키스의 종류도 성교 체위만큼이나 다양하여 버드 키스, 크로스 키스, 햄버거 키스, 에어 클리닝 키스, 슬라이딩 키스, 인사이드 키스, 프렌치 키스 등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골고루 섭렵할 필요도 있겠지만 가장 무난한 것은 햄버거 키스라고 생각한다. 우리처럼 입이 크지 않은 사람들에게 가장 편한 방식이기도 하다. 이는 입술을 ‘엇무는’ 모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내 입술과 입술 사이에 상대의 입술 하나가 들어와 있어 서양인들의 시각으로는 햄버거로 보인 모양이다. 별로 힘이 안 들어서 세밀하게 감각도 느껴보고 전달도 하면서 오랜 시간 지속하기도 좋다. 그래서 성교 중에도 계속할 수 있다. 입술을 교대로 바꿔도 보고 혀를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어 편리하다.

우리 조상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옹녀가 사내를 유혹할 때 썼다는 옹녀분탕질 중에 눈흘레, 손흘레, 입맞치, 젖쥔치, 거드모리 등의 말이 나온다. 눈흘레는 눈요기로 상대방과 성교하는 일을 상상함이고, 손요기는 손으로 하는 짓거리이며, 입맞치는 물론 입맞춤이다. 젖쥔치는 유방을 애무하는 행위이고, 거드모리는 옷을 걷어붙이고 급하게 하는 짓이다.

그들은 혓바닥 아래 구멍이 2개 있는데 하나는 심기(心氣)와 통하고 하나는 신기(腎氣)와 통한다고 믿었다. 이 두 기운이 합쳐 침이 되는데 입을 맞춘다는 것은 침 속에 들어 있는 너와 나의 정기를 서로 나누는 것이라고 했다. 현대성학에서 키스는 성교보다 앞서 행해짐으로써 상대의 면역체계를 포함한 상태에 대한 화학적 판단을 미리 할 수도 있다는 것과 통하는 면이 있다.

키스의 우리말은 입맞춤이며, 한자어는 접문(接吻)이다. 옛말로는 ‘입알’ 또는 ‘심알’이라고 했다. 성과 관련된 순수 우리말엔 ‘공알’ ‘불알’을 비롯하여 ‘알’이 유난히 많이 나오는 것과 개국신화 등에 알 얘기가 자꾸 나오는 것 또한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