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대병원, 에코델타시티에 스마트병원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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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한 ‘인공지능 챔피언십’에서 고신대병원 이환호 교수가 제출한 ‘어지럼증 환자의 인공지능 낙상 예측모델’ 과제 분석 부문 1위를 차지한 스파이더코어팀. 최영식(오른쪽) 고신대병원 병원장이 이들에게 시상하고 있다. 고신대병원 제공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에는 여의도 면적 비슷한 2.8㎢ 부지에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이 어우러진 스마트시티가 조성된다. 이곳에는 헬스케어, 로봇, 물, 에너지 등 10대 분야의 혁신기술을 적용한 미래도시가 들어선다.

고신대복음병원은 ‘스마트병원 프로젝트’로 불리는 에코델타시티 헬스케어 클러스터 공모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포스텍, 유니스트, 부경대가 컨소시엄 형태로 참가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스위스 바젤대학, 미국 UCLA병원 등과 같은 국제적으로 저명한 대학 및 의료기관과 파트너십을 이미 구축해 놓고 있다.

헬스케어 클러스터 공모사업 준비 박차
AI·빅데이터·ICT 융합기술 등 접목
비대면 암 진단·원격 진료시스템 구축
미래 의료산업 ‘새 블루오션’ 창출 주력

■비대면 비접촉 진료시스템 개발 추진

고신대병원은 에코델타시티에서 구현될 미래의학, 스마트 헬스케어의 핵심기술로 비대면, 비접촉 진료시스템을 꼽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 비대면 기술이 만들어낼 신규시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가 직접 병·의원을 방문하지 않고 통신을 이용해 진료를 받는 비대면 진료는 오래전부터 논의됐으나 의사단체와 일부 국회의원의 반대로 번번이 좌절됐다. 오진 가능성이 높고, 환자가 대형 병원으로만 몰려 동네 병·의원이 폐업하게 된다는 것이 반대 이유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생활패턴이 완전히 달라졌고 비대면 화상회의 시스템은 우리 삶의 일부가 됐다.

고신대병원은 수년 전부터 비대면 진료를 위해 해외 주 요거점에 원격진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17년에는 카자흐스탄 알마티와 아스타나, 2018년에는 몽골 국립1병원과 국립경찰병원에 원격진료센터와 사전사후 관리센터를 개소했다. 최근에는 베트남 최고 명문인 하노이 의과대학에 비대면 진료시스템을 구축, 원격진료는 물론 진료 후 애프터케어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와는 올해 초 비대면 진료시스템 개발을 위한 업무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계기로 마이크로소프트의 화상채팅 프로그램인 팀즈(Teams)를 병원 전체에 깔아 원격근무와 직원 간 비대면 협업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강력한 보안환경이 뒷받침되는 의료계 비대면 언택트의 협업 표준이 만들어지면 업무 효율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에코델타시티 헬스케어 클러스터 사업을 총괄지휘하고 있는 최영식 병원장은 “현행법상 허용된 원격진료와 원격 모니터링을 중심으로 연구와 투자를 우선 진행할 것”이라며 “빅데이터와 ICT 융합기술을 접목시켜 비대면 비접촉 진료영역의 새로운 사업모델을 적극 발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I 기반의 조기 검진사업 가시적 성과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화두는 ‘융합’이다. 헬스케어 분야의 융합은 인공지능(AI) 기술이 빠질 수 없다.

고신대병원은 올해 초 인공지능 전문기업 에이엠스퀘어와 협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에 걸쳐 인공지능 기반의 진단 보조 솔루션 개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인공지능을 통한 조기 검진사업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아프리카와 페루 등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자궁경부암 조기 검진 사업과 필리핀 베트남에서의 갑상선암 초음파 조기 검진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올 7월에는 LG전자가 에코델타시티 헬스케어 클러스터 사업 참가를 선언했다. 대기업이 파트너로 참여한 것은 그동안 고신대병원이 축적한 가시적 성과가 상당히 컸음을 의미한다. 양측은 △에코델타 스마트시티 사업에 대한 공동협력 △친환경, 에너지 절감 병원 구축을 위한 공동연구 개발사업 등을 추진키로 했다.

특히 LG전자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의료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성공모델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영상판독에 필요한 의료용 모니터는 대당 수천만 원에 이르는데, 이 분야의 기술개발을 위한 양측의 협업이 향후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에코델타시티 내의 주거공간에 제공될 원격진단과 웨어러블 등 첨단 헬스케어 서비스 사업에 대한 논의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임상분야 빅데이터로 암 진단 활용

미래 의료산업은 빅데이터로 승부하는 시대다. 임상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에 따라 사업모델은 무궁무진하다.

고신대병원은 2019년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주관하는 ‘혁신형 의사과학자 공동 연구사업’의 부산지역 거점 사업기관으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젊은 의사과학자를 중점적으로 육성하여 과학기술의 경쟁력을 키우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국가 전략사업이다. 젊고 유능한 연구중점 임상의가 총 7개의 세부 역량강화 과제에 대해 특허출원과 기술이전 등 구체적인 사업화를 목표로 연구를 수행 중이다. 4년간 총 62억 원의 사업비(국고·부산시비)를 지원 받는다.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사업’ 체부암 과제 참여기관으로도 선정됐다. 참여기관은 폐암 갑상선암 유방암 등 3개 질환에 대해 대규모 학습 데이터를 구축한다. 악성, 양성, 정상인의 CT, MRI, 초음파, PET-CT 등 155만 장의 체부암 데이터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들 영상자료를 활용해 암 발병 여부를 진단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게 된다.

어지럼증 환자의 보행데이터를 활용해 낙상을 예방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에도 착수했다. 이비인후과 이환호 교수팀이 어지럼증 환자의 평형기능 검사 데이터와 1000개 이상의 보행검사 데이터를 수집해 낙상 위험 예측과 인간 동작분석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영식 병원장은 “인공지능 기술의 핵심자원은 양질의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체부암 영상자료 축적은 그런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며 “젊은 의사과학자들과 함께 의료신기술 개발과 창업을 통해 혁신적인 의료서비스로 미래 산업의 새로운 블루오션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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