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코로나19 백신 불안하더라도, 안 맞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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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용 라이프부 부장

거의 1년 동안 일상을 짓눌렀던 코로나19에 맞선 인류의 반격이 시작됐다.

영국 정부는 지난 2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해 이번 주부터 요양원 거주자 등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개시했다. 영국에 이어 미국, 유럽, 캐나다 등에서도 조만간 백신 사용을 승인할 전망이다.

한국 정부도 최근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당초 정부는 전 국민의 60%에 해당하는 3000만 명 분의 백신을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접종 대상을 4400만 명으로 늘려 물량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현재 3개 제약사의 백신이 3차 임상시험을 마치고 사용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영국에서 접종을 시작한 미국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테크 백신이 임상 3상 결과 95%의 효능을 보였고, 미국 모더나-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백신이 94.5% 효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가 합작 개발한 백신은 투여 방식에 따라 평균 70%, 최대 90% 효과를 발휘했다.

백신 개발과 승인 소식이 들려오면서 지긋지긋했던 ‘코로나 감옥’에서 해방될 수 있으리란 희망이 커지고 있다. 백신 접종으로 집단 면역이 형성되면 직장이나 학교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지인 중엔 “알레르기 증상이 있어 불안하다”고 호소하는 이도 있다. 지난 10월 언론을 통해 퍼진 독감 백신 부작용 보도가 미친 파장도 있다. 당시 독감 백신 접종 후 몇몇 사망 사례가 발생했으나, 결과적으로 백신과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SNS를 통해 허무맹랑한 ‘가짜뉴스’가 떠돌기도 한다. ‘코로나19 백신이 DNA를 바꾼다’거나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백신을 통해 사람 몸에 추적 가능한 마이크로 칩을 심는다’는 등. 통상 10년 걸린다는 백신 개발을 채 1년도 안 돼 해낸 데 대한 불안감도 있을 터다. 이 때문인지 코로나19 사망자가 25만 명을 넘어선 미국에선 전체 성인의 절반(51%) 만이 백신을 맞겠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코로나19 백신이 집단면역 효과를 보려면 전체 인구의 60~70%는 접종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접종률이 6%포인트만 하락해도 집단면역은 위협받는다고 한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홍역 환자가 86만 9770명이 발생해 20만 7500명이 사망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자취를 감춘 줄 알았던 홍역이 다시 급증한 건 백신 거부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백신을 맞고 안 맞고는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백신 거부자가 늘어나 집단면역 형성에 실패한다면 많은 사람이 위험해진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백신의 부작용은 대부분 약간의 통증과 오한·미열 등 가벼운 증상들로 알려져 있다. 물론 단기간에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을 쉽사리 예단할 수 없어, 제약사들도 각국 정부에 부작용 면책을 요구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거리를 활보하고, 식당에서 편하게 음식 먹고, 마음껏 여행하는 삶을 회복하려면 백신 없이는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ky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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