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올해의 부산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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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거리가 고요하다 못해 적막강산이다. 코로나에 쫓기고, 쫓다 보니 한 해가 지나가 버렸다. 연말이라 ‘올해의 인물’ 관련 소식이 들려온다. 올해의 인물은 국내외 언론사·과학계·문화계 등에서 선정하는데, 미국 타임지가 12월호에 게재하는 것이 가장 유명하다. 타임지는 1927년부터 매년 선정해 온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2020년 타임지 올해의 인물 후보에는 BTS와 블랙핑크, 미국 최초 흑인 여성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포함됐다. BTS가 또 하나의 대기록을 세울지 발표일인 10일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타임지는 얼마 전 처음으로 ‘올해의 어린이’ 상을 신설하고 첫 수상자로 15세 소녀 과학자 기탄잘리 라오를 선정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스웨덴의 10대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선정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로 인해 청소년의 사회적 영향력을 깨닫고 어린이 상을 따로 제정하게 됐다고 한다. 라오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온라인 괴롭힘의 조짐을 일찍 감지할 수 있는 ‘카인들리(kindly) 서비스’를 개발했다. 라오가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지 세계가 주목할 것이다.

타임지 올해의 인물 발표를 기다리면서 우리 지역이 떠올랐다. 지역에 인재가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부산에서 지난 5년간 11만 명의 인구가 빠져나갔으니 그럴 만도 하다. 빠져나간 인구 중 7만 명이 청년일 만큼 부산은 인재 유출이 심하다. 좋은 일자리가 핵심이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지역에 살면서도 서울을 곁눈질만 했지, 지역 인재를 제대로 키우지 않은 점은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 인구 340만 부산시민 가운데 올해의 인물로 뽑힌다면 가문의 영광에만 그치지 않고, 지역을 이끌 동량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내킨 김에 나름의 후보를 꼽아 봤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금도 고생하고 있지만 2020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는 보람도 있었다. 지역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 부산시 방역관 안병선 건강정책과장을 아직도 모르는 시민이 많다.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을 강조하는 안 과장 같은 분이 후보감이 아닐까. 부산시민은 아니지만 부산에서 성장한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도 후보로 꼽고 싶다. 일찍부터 검찰 내부 비리를 폭로하며 검찰개혁에 매진해 온 그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마지막 후보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다. 올해의 인물은 그해 가장 뉴스 가치가 있는 인물을 뽑는데, 타임지는 1938년 아돌프 히틀러를 선정했다. 박종호 수석논설위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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