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료원, ‘코로나’ 막는 사이 ‘취약계층’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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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료원의 취약계층 대상 예산과 실적이 크게 줄었다. 부산의료원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지역거점 공공병원인 부산의료원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의료 사각지대가 커지고 있다. 부산의료원이 예산과 인력을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면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의료 지원사업 규모를 크게 줄인 탓이다.

부산시의회 복지안전위원회 소속 박민성 의원이 부산의료원에게 제출 받은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부산의료원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의료 지원사업의 집행 예산과 실적 모두 올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예산·인력 코로나19에 집중
무연고·외국인근로자·노숙인 등
취약계층 관련 예산·실적 반토막
부산시 공공병원 증설 서둘러야

대표적으로 연고가 없거나 소득이 매우 낮은 사람들에게 의료비를 지원하는 ‘의료급여·무연고 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이 꼽힌다. 2018년에는 186억 44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돼 13만 9037명이 혜택을 봤고, 지난해도 집행 예산(211억 5900만 원)과 대상자(13만 9986명)가 모두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는 9월 기준 집행 예산은 101억 8800만 원, 수혜자는 6만 6305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외국인 근로자와 노숙인 등 의료 취약계층도 제대로 된 공공의료 서비스를 누리지 못했다. 부산의료원은 2000년 4월 ‘외국인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과 협약을 체결한 뒤 2005년 7월부터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료비를 일정 부분 지원하고 있다. 2018년에 6200만 원(862명)이던 지원금은 2019년 1억 9900만 원(989명)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 사업 역시 올해 9월 기준 지원금이 7900만 원(346명)으로 급감했다.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노숙환자 의료지원 서비스’ 부문의 실적 또한 2018년 4억 200만 원(5930명)에서 2019년 5억 280만 원(5433명)으로 늘었지만 올해는 2억 7900만 원(2471명)에 불과하다.

부산시의회 박민성 의원은 “공공의료지원 서비스가 줄어든 것이 부산의료원만의 문제라고는 볼 수 없다”라면서 “지역 공공병원 인프라가 부족한 구조 탓에 병원 내 인력과 예산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산의료원이 지역 코로나 확진자를 대부분 맡으면서 다른 지원 사업에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기 어려웠다는 것.

복지계는 부산시가 의료원 지원 예산을 늘리고 공공병원 신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복지연대 김경일 사무국장은 “시는 지역핵심 공공병원인 부산의료원에 대한 지원금을 지난해와 같은 50억 원으로 동결했다. 감염병전담병원과 공공병원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국장은 “장기적으로는 서부산과 동부산에 공공병원을 신설해서 감염병이 돌더라도 일부는 공공병원 역할을 계속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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