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근이 버텼는데 이젠 막막” 소상공인 ‘코로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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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로 음식점 등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의 휴·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7일 부산 중구 남포동의 한 음식점에 폐점과 임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종회 기자 jjh@

“1차, 2차 유행 때 그야말로 죽을힘으로 버텼는데, 연말에 3차 유행이라니 이제 버틸 힘도 없어요.”

우리 주변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하루하루를 코로나19와 눈물로 싸우고 있다.


직원 절반 내보내고 대출 받아도
40% 이상 매출 급감 ‘빈사상태’
전국 업소 절반 이상 폐업 고려
“국가가 보호막 역할 못 해” 원성
울산,요양병원 61명 확진 ‘폭증’

부산지역 식당에 식자재를 공급하는 이수종(51) 씨는 최근 제대로 웃어 보지 못했다. 거울을 보며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지만, 거울 속 그는 ‘힘들다’는 표정으로 응답한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40% 이상 급감했다. 이 씨의 주 거래처 300곳 중 10여 곳이 폐업했다. 일부 업체는 휴업하거나 제대로 영업하지 못해 식자재 소비를 줄였다. 이 씨의 고민은 ‘앞으로 어떻게 버티느냐’이다. 직원 6명 중 3명을 내보냈다. 전기세, 임대료 등 고정비를 감당하기 위해 이미 8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이 씨는 “코로나19가 지속되면 직원을 추가로 내보내든지, 대출을 더 받든지 해야 한다. 막막한 미래에 웃을 일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은 버티기 위해 온갖 방법을 써 봤으나 여전히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변에 폐업하거나 휴업하는 동료 상인들의 사정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최근 전국 소상공인 업소 3400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22.2%는 이미 폐업을 했으며, 절반 이상인 50.6%는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응답자의 96%가 ‘코로나19 재확산이 경영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음식점 피해가 크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소속 42만 개 업소 중 올 1~8월 2만 9903곳이 폐업했으며, 3919곳은 휴업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업소는 매출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를 감당할 수 없다 보니 폐업이나 휴업을 하는 것이다.

3년 넘게 마트를 운영하던 이숙경(49) 씨는 지난 4일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폐업했다. 코로나19 이후 수개월째 누적된 적자를 막을 방도가 없었다. 매출이 30% 이상 감소했지만 전기세, 임대료 등 수백만 원에 달하는 고정비는 지속적으로 지출됐다. 이 씨는 “주변에 코로나19를 이기지 못하고 임대를 내놓은 자영업자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며 “임대를 내놓으면 상가 권리금을 받지 못해 손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이 씨처럼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늘면서, 전국 주요 상권의 상가 공실률도 늘었다. 한국감정원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11.3%에서 올해 3분기 13.2%로 1.9%포인트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인들은 ‘재난 상황에서 국가가 아무런 보호막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이 절반 이상 감소한 PC방 대표 김 모(38) 씨는 “한 달 건물 임대료만 수백만 원에 이른다. 현재 재난지원금은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이겨 내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7일 부·울·경에선 울산 양지요양병원발 확진자가 폭증했다. 전날 38명에 이어 7일 무려 61명이 무더기 확진 판정을 받아 이틀 새 100명에 육박하는 감염 사태를 빚었다. 울산 전체 누적 확진자 321명의 약 3분의 1이 이틀간 나왔다. 부산시는 6일 오후 기준 코로나19 신규확진자는 모두 23명이며, 누적 환자는 1032명이라고 밝혔다. 초연음악실 관련 7명, 반석교회 관련 1명, 학장성심요양병원 관련 2명이 추가됐다. 이 밖에도 부산환경공단 생곡사업소에서 신규 확진자가 나오면서 이 사업장에서 모두 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하구 하단동 VFC금융 직원 5명도 확진판정을 받았다.

경남에선 진주 이·통장 연수 관련 3명, 창원 음악학원 관련 2명, 거제 조선소 관련 2명, 김해 노인주간보호센터 관련 1명 등 1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누적 확진자 731명을 기록했다.

김 형·김백상·권승혁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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