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사찰 의혹’ 부결… ‘윤 징계’ 정당성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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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급 법원에서 선발된 대표 판사들이 사법부 현안을 논의하는 법관대표회의가 7일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법관대표회의 제공

전국 법관 대표들의 회의체인 법관대표회의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핵심 징계 사유인 이른바 ‘판사 사찰 의혹 문건’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했지만 공식 대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법관 대표들은 검찰이 작성한 판사 사찰 의혹 문건을 사찰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이를 안건으로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강행한 윤 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 등의 정당성에도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국 법관 대표들은 7일 오후 7시께 입장문을 내고 판사 사찰 의혹과 관련돼 상정된 ‘법관의 독립 및 재판의 공정성에 관한 의안’은 부결됐다고 밝혔다. 이어 “법관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준수해야 하고 오늘의 토론과 결론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공통된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배경을 밝혔다.

논의 과정서 과반 찬성 못 얻어
‘정치적 중립 준수’ 공통된 의견
‘직무 정지’ 등 추 장관 ‘3연패’
법무부, 10일 징계위 강행 통보

앞서 이날 오후 판사 사찰 의혹 안건이 회의 안건으로 상정되면서 개인 법관이 아닌 판사 협의체의 집단적인 우려가 처음으로 공식화할 가능성에 이목이 쏠렸다. 하지만 안건 논의 과정에서 안건 논의 찬성 의견이 과반수를 얻지 못하면서 일단 판사 사찰 의혹에 대한 판사들의 입장은 ‘신중론’으로 정리됐다.

이날 회의에는 각급 법원에서 대표 판사 125명 중 120명이 참가했다. 부산에서는 부산지방·고등법원 3명, 부산 동부지원과 서부지원에서 1명씩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관대표들은 현직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관련된 사안인 만큼 이날 검찰의 ‘판사 사찰’을 사찰로 볼 것인지 격론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판사 사찰 문건’에 대한 법적 정당성 여부를 판단할 중요한 변곡점으로 여겨진 법관대표회의가 ‘안건 부결’을 결정하면서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위한 법적 정당성 확보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서울행정법원이 윤 총장이 낸 ‘직무 정지 집행 정지 신청’ 인용과 법무부 감찰위가 ‘검찰총장 징계·감찰 부당’ 입장을 내놓은 데 이은 ‘3연패’인 셈이다. 부산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관 대표들이 안건을 부결한 것은 검찰이 작성한 문건을 사찰로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안건으로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입장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추 장관은 당장 이틀 앞으로 다가온 윤 총장에 대한 검사 징계위원회 강행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법관대표회의에서 검찰이 작성한 문건이 사찰임을 검증받고, 이를 디딤돌 삼아 윤 총장의 징계를 진행하려 한 계획이 어그러진 셈이다. 더군다나 법적 정당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 추 장관으로서는 법관 전체의 뜻이 담긴 이번 입장 표명은 큰 의미를 갖는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징계위 회부 자체에 대한 부정적 여론 확산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이 강행한 자신에 대한 징계의 부당함에 대한 여론전에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윤 총장은 서울행정법원의 직무정지 집행정지 신청 인용에 이어 또 한 번 자신의 핵심 징계 사유인 판사 사찰 의혹에 대한 법적 하자를 주장할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한편 법무부는 7일 윤 총장 측에 10일 오전 10시 30분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했다고 통보했다. 앞서 윤 총장 법률 대리인인 이완규 변호사는 법무부에 징계위원 명단과 감찰 기록 공개를 거듭 요구했다. 이 변호사는 “법무부로부터 받은 2000쪽 분량 감찰 기록 5권 중 대부분이 언론 기사를 모아둔 것이고 실제 감찰 조사 관련 내용은 일부분에 불과했다”며 “판사 사찰 의혹 관련 감찰보고서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이 징계위원 명단과 감찰 기록 공개를 계속 요청하는 것은 징계위에 앞서 방어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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