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짠 / 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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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이든 시선이든

마주칠 때

액체가 흐른다



마음에 금이 간다



집에 오는 길에는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림자가 제대로 있는지

발자국이 제대로 찍히는지

혹시라도



주워 담을 것이 있는지

한 방울이라도



마주치되 맞추지는 못해서

거리는 늘 파편이었다



-오은 시집 중에서-


위하여! 잔을 부딪치며 너와 내가 함께 취하는 공간은 젖어있다. 술잔 대신 시선이 부딪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부딪치고 싶지만 피해 가는 시선도 있을 것이다. 웃고 떠드는 무리 속에 조용히 금 간 마음을 추스르는 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 기분이 만든 귀갓길은 자꾸 뒤를 돌아보게 한다. 나는 살아있는가. 한 번쯤 그런 사람이 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쓸쓸한 술자리마저 그리운, 유령 같은 연말이다. 아무도 없는 집에 몰래 들어간 것처럼 적막한 밤거리에 생기 없이 반짝거리는 크리스마스 장식들. 마주치지도 못해서 파편처럼 조각난 마음을 창가에 세운다. 그런 쓸쓸한 마음들과 건배! 김종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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