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 혜택 ‘고차 방정식’ 나이 기준 제각각 “헷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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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지자체가 다자녀가정에 혜택을 제공하는 등 저출산 정책에 팔을 걷고 있으나, 들쭉날쭉한 혜택 기준에 정책 의도가 퇴색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8일 부산시에 따르면, 한 가구에 세 명 이상의 자녀를 둔 다자녀가정은 부산에 2만 6000세대가 있다. 이들은 부산시에서 제공하는 19가지의 혜택과 정부, 공공기관으로부터 10가지의 혜택을 함께 받을 수 있다.

부산시 ‘3명 이상 자녀’로 규정
‘막내가 만 19세 미만이면 OK’
‘자녀 모두 만 18세 아래여야’
지원 주체·항목 따라 달리 적용
혜택 범위 넓히고 홍보 강화해야

부산시가 다자녀가정에 제공하는 혜택은 △자동차 취득세 감면 △도시철도 운임 감면 △수도세 감면 △광안대교 통행료 면제 등이다. 정부는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에서 △전기요금 감면 △도시가스 요금 감면 등 혜택을 제공한다.

하지만 부산시와 정부의 혜택 기준이 상이하고, 부산시 혜택 안에서도 기준이 나뉘면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부산시는 다자녀가정 혜택 기준을 ‘자녀 3명 이상(막내 만 19세 미만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첫째와 둘째가 스무 살이 되더라도 막내가 만 19세 미만이면 혜택이 제공된다. 하지만 일부 혜택은 기준이 또 다르다. 부산시가 제공하는 수도요금 감면과 자동차 취득세 감면 혜택은 자녀 3명 모두 만 18세 미만일 것을 요구한다.

‘중앙부처 다자녀가정 지원사업’에 포함된 전기요금 감면 또한 자녀 3명 모두 만 18세 미만일 것을 요구한다. 첫째가 만 18세를 넘어간다면, 둘째와 셋째가 어리더라도 다자녀가정 혜택이 상실되는 셈이다. 이 경우 한전을 통해 취소된 다자녀가정 혜택을 대가족 혜택으로 변경할 수 있지만, 다자녀가정 혜택의 존재 이유가 퇴색하는 셈이다.

이같은 들쭉날쭉한 혜택 기준에 다자녀가정에서 혼란이 빚어진다. 세 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는 김지연(47·부산진구) 씨는 “최근까지 도시가스와 수도요금 감면 혜택을 받아왔는데, 이사한 뒤로 수도요금 감면 혜택이 취소됐다. 알아보니 첫째 나이가 기준을 충족하지 않았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저출산 대책을 내놨지만, 혜택은 미비하고 홍보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다자녀가정 혜택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출산을 장려하고 저출산 해결에 모범이 되는 다자녀가정에 혜택을 준다는 취지이지만, 정작 다자녀가정 혜택 범위가 좁다는 것이다. ‘자녀 3명 모두 만 18세 미만’ 기준 혜택의 경우 첫째가 만 18세를 넘어간다면, 둘째와 셋째가 아직 어리더라도 다자녀가정 혜택이 없어진다. 셋째 출산을 앞둔 임지원(38·부산진구) 씨는 “첫째가 현행 혜택 기준의 나이를 넘으면 둘째와 셋째가 어리더라도 혜택이 취소되는 건 ‘조삼모사’ 정책 같다. 혜택 범위를 넓히는 게 출산 장려 대책에 부합하는 것 아니겠냐”고 토로했다.

부산시도 일관성 없는 다자녀가정의 혜택 기준과 홍보 부족 문제에 공감하고 있다. 부산시 정명희 출산장려팀장은 “다자녀가정에 대한 정부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올해만 해도 2차례 건의해둔 상태다”며 “홍보를 위해 이달 안으로 다자녀가정 우대시책을 별도로 제작해서 배부하겠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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