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내팽개치고 공수처법 통과… 또 ‘난장판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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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등의 통과를 위해 윤호중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려 하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저지하고 있다(왼쪽 사진).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날 국회 법사위 회의실 앞 복도에서 공수처법 규탄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연합뉴스

정기국회 회기 종료를 하루 앞둔 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등 쟁점법안 처리를 두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온종일 난장판이 됐다. 1년 전 20대 국회에서 공수처 제정법이 통과될 때 모습 그대로였다. 국민의힘의 ‘시간 끌기’를 생각할 경우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여야 합의’로 처장을 추천, 새로 탄생하는 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완결시키려던 입법 취지가 퇴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당은 ‘입법독주’, 야당은 ‘무기력증’ 행태를 반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수적 열세’ 국민의힘 항의에도
‘거여’ 민주 2시간 만에 단독 처리
공수처장 의결 정족수 완화키로
공정경제 3법 처리도 속전속결
여권 “날치기” “독재” 격렬 비난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법사위 안건조정위와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어 공수처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2시간여 만이다. 국민의힘이 고성으로 막아섰지만 수적 열세에 무력했다. 이날 오전 9시 시작 예정이던 법사위 안건조정위는 시작부터 회의 공개 여부를 두고 30여 분 동안 지속된 여야 신경전에 지연됐다. 본격적인 논의는 1시간 만에 종료됐다. 전체 6명 중 여권 조정위원 4명이 찬성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사위 회의장 앞으로 모여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개정안은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의결 정족수를 기존 7명 중 6명에서 3분의 2로 완화해 야당의 비토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안건조정위가 끝난 지 불과 30분 만에 전체회의를 열었다. 예고된 속도전이다. 애초 낙태죄 관련 공청회가 예정된 전체회의였지만, 민주당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공청회보다 먼저 공수처법을 안건으로 올렸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법사위 간사 김도읍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 위원장 주변으로 몰려들어 목소리를 높여 항의했지만, 안건조정위원장인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한껏 목청을 높여 가며 의결 내용을 보고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이후 토론을 신청해 “오늘 회부된 안건은 조정이 완결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윤 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로 장내가 정리되지 않자 “지금 토론을 진행할 상황이 아니므로 토론을 종결하겠다”고 선언했다. 더 커진 항의 목소리를 뚫고 윤 위원장은 안건을 표결에 부쳐 과반 찬성으로 의결을 선포했다. 위원장석을 둘러싼 국민의힘 의원들은 “날치기도 이런 날치기가 없다” “대명천지에 이런 독재가 있을 수 없다”고 항의를 거듭했다. 김도읍 의원은 “앞으로 법사위는 윤 위원장하고 민주당끼리만 하라. 야당은 없냐. 이게 민주주의냐”고 했다.

오후에도 법사위는 아수라장으로 전락했다. 윤 위원장이 역시 이날 안건조정위를 통과한 ‘공정경제 3법’ 상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의사봉을 잡고 전체회의를 속개했다. 김도읍 간사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약 30명은 위원장석 뒤에 손 피켓을 들고 서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윤 위원장은 “평생 독재의 꿀을 빨다가 이제 와서, 상대 정당을 독재로 몰아가는 이런 행태야말로 정말 독선적인 행태”라며 “계속 이러면 질서유지권을 요청할 수 있다”면서 토론을 생략하고 절차를 이어갔다.

구호 제창이 이어지는 가운데 윤 위원장은 상법 개정안 상정, 민주당 백혜련 간사의 심사보고, 표결 후 가결 선포에 이르기까지 속전속결로 진행한 뒤 “의사진행에 어려움이 있다”며 잠시 회의를 정회했다. 몇 분 뒤 윤 위원장은 회의를 다시 열어 “위원님들이 법안 심사하시는데 못 볼 꼴을 많이 보신다. 정부에서 법원에서 출석해 계신데 국회의 민낯을 보여 드린 것 같아 송구스럽다”고 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권력기관 개혁의 제도화를 이루고 그다음의 발전단계를 지향해야 한다”고 했고,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의 반민주적 행태에 정말 기가 찰 노릇”이라고 이날 법사위를 평가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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