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어 ‘환율 악재’ 부울경 수출 기업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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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넘으려고 원가를 줄이고 줄이며 버텼는데 환율마저 속절없이 떨어지니 도저히 답이 없습니다. 당장 정부에서 특별정책자금을 마련해 일단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게 해 줬으면 합니다.”(부산 기계제조업체 A사 대표)

연일 하락하는 원·달러 환율 때문에 지역에서 수출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인들 사이에서 그야말로 비명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 수출 물량이 조금씩 살아나면서 숨통이 트이려다 원·달러 환율이 연일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급전직하하고 있어서다.

환율 1100원대 ‘마지노선’ 붕괴
수출업체 수익성 ‘급전직하’
화물선 감소로 운임까지 급상승
“정부 지원 없으면 줄도산” 호소

통상 환율 하락은 수입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연결되며 어려움이 상쇄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구리 알루미늄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마저 덩달아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또 수출 화물선 감소로 화물 운임까지 오르며 부울경 수출 기업들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다국적 기업을 거래처로 수출을 하는 기계장비 기업 B사 관계자는 “최근 환율 변동으로 대충 추산해도 15억~20억 원의 피해가 예상되고 앞으로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본다”면서 “코로나로 타격을 많이 입었는데 또 한번 악재가 덮쳤다”고 힘들어했다.

이들 지역 기업인들의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니다. 환율로 인한 손실은 기업 규모마다 다른데 환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국내 대기업은 1000원 선, 중소기업은 1100원 선이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손익분기점 원·달러 환율은 평균 1118원으로 조사됐다.

실제 올 3월 19일 1280.0원까지 올라갔던 환율은 8개월여 만에 200원이나 하락, 1000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환율은 지난달 이 마지노선을 뚫은 뒤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환율이 1000원대로 떨어지면서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부울경 지역 피해가 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문제는 수출 관련 기관 등에서 환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와 삼성선물은 내년 환율이 1040원 정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정부의 양적 완화로 1000원 선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온다.

환율 문제에 더해 원자재 가격 상승, 화물운임 고공 행진이라는 겹시름까지 지역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부산 중소기업 D사 대표는 “IMF도 겪고 많은 위기를 겪었는데 지금처럼 어디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깜깜한 건 처음이다. 너무 많은 악재가 한꺼번에 겹쳤다”고 토로할 정도다.

자동차부품업체 E사 관계자는 “환율이 떨어지면 수입 자재 가격이 내려가는데 중국 경기가 살아나고 광물 투자로 돈이 몰리면서 원자재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면서 “구리는 최근 수년 동안 최고 수준이고 철광석 가격도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실제 구리 가격은 최근 8년 만에 최고가다.

수출 비중이 높은 제조업체 F사 관계자는 “바이오 반도체 분야를 주로 하는 수도권 기업들은 비행기로 실어 나르지만 부산·경남은 대부분 화물선으로 수출을 하는데 요즘 화물선과 컨테이너 구하는 것부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역 수출 기업들은 정부의 안정적 환율 운용과 수출 관련 금융 지원, 환변동 보험 확대 등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부산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서 당장 환율 피해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도산하는 기업이 줄줄이 나올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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