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후 주택 많은 부산, '자율주택정비사업' 관심 더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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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도시의 노후 주택가 정비를 위해 우후죽순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폐단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사업 주체인 지역주택조합이 비리 등으로 조합원 간 갈등과 반목을 초래해 장기간 사업 차질을 빚거나 좌초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부실한 조합 운영과 관리는 서민의 내 집 마련 꿈을 사라지게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거의 대부분이 대단지 아파트 신축을 위해 전면 철거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저소득 주민을 본래 주거지에서 내몰아 사회 불평등을 심화하는 부작용도 크다. 사업성 때문에 고층으로 추진되기 일쑤여서 주변 지역 경관이나 스카이라인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도시 미관을 해치기도 한다.

20여 곳 추진, 참여 주민들 만족도 높아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폐단 방지 가능해

이런 가운데 인근 주택·토지 소유주들끼리 소규모로 뜻을 모아 다세대 주택을 건립하는 ‘자율주택정비사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은 ‘빈집 및 소규모 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을 근거로 기존 주택을 헐어 소형 다세대 주택을 짓는 도시 주택 정비사업의 하나다. 단독 주택이나 연립·다세대 주택 소유자들이 전원 뜻을 같이해 합의체를 구성한 뒤 자체적으로 주택을 개량하거나 신축하는 소규모 사업이다. 이 제도를 노후 주택가가 많으면서도 평지와 고지대 등 지역별 특성이 다양한 부산 지역 노후 주거지를 재생하는 정책적인 대안으로 삼을 만하다.

부산에서는 올해 2곳의 자율주택정비사업이 완료됐으며 연말까지 추가로 2곳의 사업이 끝날 예정이다. 내년에도 2곳의 건물이 준공 계획으로 있는 등 현재 20여 곳에서 주민합의체 구성을 마치거나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아 사업을 추진 중이다. 모두 10~15세대 정도의 저층 신축사업이다. 기존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에 비해 사업 절차가 간소하며 주민들 합의가 쉬운 데다 추진이 원활하고 진행 속도가 빠르다는 이유로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사업비의 90%까지 저리에 빌릴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낡고 비좁은 주택이 밀집한 저소득층 거주지에 적합한 사업이어서 부산시 차원의 활성화 대책이 요구된다.

최근 정부가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 규제를 강화하는 주택정책을 펼치고 있어 부산의 광범위한 노후·불량 주거지에 대한 재생사업은 여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가 낙후된 원도심 등지의 특색 있고 원활한 재생을 위해 자율주택정비사업을 장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시행하길 바란다. 저소득층이 재개발에 밀려 주거환경이 더 열악한 곳으로 떠나면서 지역공동체가 와해되는 걸 막기 위해서도 절실하다. 서울 지역 대형 건설업체들이 일감 부족에 따라 먹거리 확보를 위해 전국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자율주택정비사업에 부산의 건설사가 우선적으로 참여하는 길을 마련해 부산 경제에 기여토록 하는 일도 시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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