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기예보에는 ‘오보’가 없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천수 동의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일기예보의 정확성에 대한 비판의 역사는 오래됐다. 일기예보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 탄생한 1830년대 탐사 항해를 이끌던 비글호의 선장 로버츠 피츠로이에 의해 시작됐다. 영국의 군인이자 기상학자인 그는 과학적 방법을 통해 예측한 날씨 정보를 간단하게 분류해 매일 제공하면서 예보를 시작했다. 구름의 모양이나 동물의 행동과 같은 경험에 기초한 날씨 지식이 전부였던 당시에 그의 예보는 어부, 농부 등 야외활동이 많은 사람이 변화무쌍한 날씨에 더욱 잘 대처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나 그의 예보는 인간에게 제공한 혜택에도 불구하고 실제 날씨와 다를 때마다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일기예보의 정확성에 대한 비판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 기상청 국정 감사에서는 기상예보의 정확성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일기예보의 정확성에 대한 우리의 집착은 기상정보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된다. 날씨 변화를 이끄는 대기의 움직임은 카오스를 연상케 할 만큼 변화무쌍하다. 슈퍼컴퓨터를 비롯한 첨단과학 기술을 총동원한다 한들 우리 인간은 역동적인 대기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대륙과 해양의 경계에 있어 날씨 변화가 매우 복잡하다. 컴퓨터 예측 모델은 이상적인 대기 상태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변수를 고려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어 대기 예측에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지형적 불리함에도 우리가 세계 6위권의 수치예보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일기예보에는 ‘오보’가 없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오보’는 ‘어떠한 사건이나 소식을 그릇되게 전하여 알려 주는 것’을 의미한다. 일기예보는 미래의 날씨 변화에 대한 예측 정보다. 예보가 ‘오보’가 되려면 ‘그릇됨’을 판단할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예측한 대로 날씨가 변하지 않았다’는 기준이 될 수 없다. 대신 우리는 일기예보의 가치를 예보의 존재에서 찾을 수 있다. 일기예보가 없다면 우리의 일상은 불확실성에 완전히 노출되고 만다. 일기예보가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한 치 앞도 모르고 살게 된다. 그러나 일기예보는 우리가 예측하고 준비해야 할 불확실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예보마다 예측의 불확실성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불확실성이 예측과 맞지 않았다고 해도 예보의 의미는 희석되지 않는다. 불확실성의 존재를 인지하고 대비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일기예보는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과학 커뮤니케이션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의미를 공유하기 위한 과정으로 명확한 의미 전달이 핵심이다. 일기예보는 커뮤니케이션이므로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목적을 지닌다. 하지만 일기예보의 내용인 기상정보의 본질은 불확실성이다. 따라서 일기예보의 정확성에 대한 우리의 집착은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포함된 기상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가공하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즉, 불확실성을 명확하게 바꾸어 전달하는 과정에서 예측 정보의 본질인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일기예보는 정확해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기상정보 소통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10월, 부산지방기상청에는 기상 전문가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현직 언론인들이 효과적인 기상정보 소통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모였다. 전문가들은 예측의 정확성 향상뿐만 아니라 불확실성이 포함된 기상정보의 특성을 고려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언론을 비롯한 일기예보 생산자는 기상 예측의 불확실성을 이해하고 수용자가 이러한 불확실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가공하여 전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기예보의 가치는 ‘맞다/틀리다’가 아닌 예보에 포함된 자연의 불확실성에 대한 정보가 우리가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는가에 있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