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한파’ 녹이는 통영 ‘햄버거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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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경남 통영에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을 연 정진복(38) 씨가 코로나19 자가격리자를 위한 햄버거 나눔으로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받은 만큼 돌려드리고 싶었죠.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지만 함께라면 잘 이겨내리라 믿습니다.”

3년 전 경남 통영에 햄버거프랜차이즈 매장을 오픈한 정진복(38) 씨. 정 씨는 지난 7일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 ‘통영에 자가격리하시는 분들 힘내세요’란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내용에는 ‘자가격리하시는 분들 힘내시라고 먹을 것 좀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댓글이나 쪽지 부탁드립니다’라고 적었다.

프랜차이즈매장 운영 정진복 씨
자가격리자들에게 햄버거 보내
“어려운 시기 함께 이겨 내요!”

“매장은 통영에 있지만 집은 거제예요. (장사)시작하고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죠. 이번에 거제 조선소에서 코로나19가 터지고, 통영에도 많은 분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고 들었어요. 확진자도 그렇고 자가격리자 대부분이 하청 노동자시고, 무급으로 격리하는 거잖아요. 보잘것없는 햄버거 하나지만 마음만이라도 따뜻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글을 올렸죠.”

실제로 지난 4일 시작된 거제 대형 조선소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은 9일까지 총 19명이 확진됐다. 이중 현장 노동자는 15명, 모두 협력사 소속으로 인근 통영시민도 4명(거제 50번·53번, 통영 6번·8번)이나 된다. 확진자를 제외하고 접촉자로 분류돼 통영에서 자가격리된 인원도 112명이다. 하지만 민감한 시기, 과연 연락이 올까하는 의구심도 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진심은 통하는 법. 글을 올린 뒤 몇 통의 쪽지가 왔다.

그는 “다행히 주소와 연락처를 남겨주신 분이 있었어요. 순수하게 호의로 받아 주시는가 싶어 오히려 감사했죠. 더 많이 보내 드리고 싶은데 조금 아쉽네요”라며 오히려 겸손해 했다. 그는 정성껏 준비한 햄버거가 행여 취향이 안 맞아 못 먹는 일이 없도록 매장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고, 호불호가 적은 메뉴로 준비했다. 혼자 있는 자가격리자에겐 사이드메뉴를 더했다.

이런 정 씨의 작은 나눔은 코로나19에 지친 지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8일 아침 정 씨가 보낸 햄버거를 받았다는 한 회원은 배송된 세트 사진과 함께 “신랑이 조선소 다니고 있는데 음성이 나와도 자가격리 대상자라 애들 학교도 못 가고 며칠 째 집콕상태입니다. 한 끼 한 끼가 소중한데 아침부터 온 퀵에 마음도 따뜻하고 배도 든든한 하루 보냅니다. 감사합니다”고 후기를 남겼다.

이를 본 회원들은 ‘오, 감동’, ‘불안하고 화도 나는 이 순간에 정말 따뜻한 이야기다’, ‘정말 본받고 싶은 멋진 분이다’,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네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 씨는 “작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항상 주변을 둘러보고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도와야 한다고 누누이 말씀하셨다”면서 “다들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비방보다 서로를 격려하며 힘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민진 기자 m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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