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수처법 통과, 검찰개혁 절실해도 협치 끈 놓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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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이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7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에서 ‘재적 위원(7명)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완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야당의 비토권을 사실상 무력화한 것이다. 야당의 의도적인 시간 끌기와 비토권 남용이 이번 법 개정의 배경이 되었지만, 여야 합의를 통해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기하려는 당초 취지가 퇴색된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수처 설치는 시대 요청에 따른 개혁 입법 완수라는 점에서 국민 기대가 컸음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은 온 국민이 염원하는 바다.

공수처 출범은 오랜 염원이자 국민 약속
중립성·독립성 훼손 우려 비토권 보완을

검찰개혁의 핵심인 공수처 출범을 미룬다는 건 국민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올해 1월 공수처법이 제정되고, 7월 15일부터 법이 시행됐지만, 처장 후보 추천이라는 첫 단추를 끼우지 못해 공수처 출범은 하세월이었다. 개정안 통과 후 문재인 대통령도 “기약 없이 공수처 출범이 미뤄져 안타까웠다”면서 “공수처 설치는 대통령과 특수관계자를 비롯해 권력형 비리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 사정·권력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부패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한 숙원이자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다시금 강조했다.

다만, 의석수를 앞세운 ‘입법 독재’라는 야당의 거센 반발에서 보듯, 더불어민주당이 시행 1년도 안 된 법을 개정한 것에 대해선 성찰이 있어야 한다. 공수처 출범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해도 야당의 비토권을 없앤 것은 공수처 중립성과 독립성 측면에서 적잖이 우려된다. 당장은 공수처 출범으로 검찰의 기소 독점이 무너지고, 7000여 명에 달하는 고위 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를 막기 위한 특별 사정기구로서 기대를 모으지만, 사실상 공수처에 대한 견제 기능이 없어 이를 악용할 경우 더 큰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토권 보장은 법의 재개정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전에 없던 새 기구의 탄생인 만큼 시행착오 등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조직 안정과 신뢰받는 공수처를 만드는 것은 초대 공수처장의 역할이기도 하다. 정부 여당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임명, 청문회 등 나머지 절차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 올해는 물리적으로 출범이 어렵더라도 새해에는 국민 여망인 공수처가 정식으로 출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민사회의 요구로 공수처가 공론화된 지 24년, 더 지체해선 안 된다. 권력층의 불법적 특권과 불합리한 관행을 없애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국민의 공수처’로 거듭나기 위해 여야는 마지막까지 협치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그리하여 반칙 없고 공정한 세상을 향해 일보 전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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