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2년 만의 지방자치법 개정, ‘부울경 메가시티’ 속도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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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지방분권, 자치분권의 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지난 9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기 전인 1988년에 제정된 이 법의 개정은 그동안 지역 숙원이었다. 그러나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다가 무려 32년 만에 처음 개정됐으니, 그동안 지방자치의 괄목할 발전에 비하면 만시지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야 몸집이 훌쩍 커진 지방자치에 맞는 옷이 새로 마련된 셈이다. 이번 개정법은 30여 년간 지방분권의 소중한 성과가 반영된 만큼 앞으로 지역 행정에 일대 변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부울경 메가시티도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지역 자율성 대폭 확대·특례시 근거 마련
특별지자체도 명문화, 행정 통합에 탄력

개정안의 주 내용은 주민참여와 지자체의 자율성 확대, ‘특례시’ 근거 마련을 꼽을 수 있다. 앞으로 주민들은 투표를 통해 지자체장의 선임 방법 등을 지역 여건에 맞게 정할 수도 있다. 또 주민이 조례·규칙의 개정·폐지를 요구하면 지자체장은 30일 이내에 검토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감사 청구 기준도 500명에서 300명으로, 연령도 19세에서 18세로 낮췄다. 지방의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의회사무처의 인사 권한도 지방의회 의장에게 부여했다. 이와 함께 창원 수원 용인 고양시 등 인구 100만 명 이상의 거대 기초지자체에는 특례시 명칭을 부여해 행정·재정적 권한을 기존보다 훨씬 넓게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부울경도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동남권 메가시티 실현에 큰 힘을 받게 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개정안은 시·도 등 행정 통합의 전 단계로 ‘특별지방자치단체’의 설치·운영 등을 위한 근거를 명문화했다. 특별지자체는 2개 이상의 자치단체가 광역행정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기존 지자체와 별도로 설치하는 법인체를 일컫는다. 현재 부울경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메가시티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기관을 설치할 수 있는 근거가 이번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마련된 것이다. 앞으로 개정법이 발효될 때까지 1년여 동안 부울경이 각자의 기득권을 버리고 잘 준비한다면 최초의 특별지자체 출범도 선두로 나설 수 있다.

내년이면 지방자치 30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처음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본격적인 ‘자치분권 2.0 시대’를 여는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망국적인 수도권 일극 집중의 폐해가 현실화하고 있는 이 시기에 지역의 역량을 크게 강화할 수 있는 지방자치법 개정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번 지방자치법 개정만으로 그치지 않고, 점차 재정분권은 물론 지방분권 개헌 문제까지도 논의가 넓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야 진정한 국민통합의 시대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 역시 균형발전과 지역통합의 몸부림인 만큼 그런 차원에서 더욱 속도를 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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