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의 맛있는 여행] 부산의 게트라이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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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부 선임기자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는 게트라이데가세라는 골목길이 있다. 잘츠부르크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늘 현지인은 물론 외국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곳이다. 원래 이름은 트라베가세였다. ‘뚜벅뚜벅 걷는다’를 뜻하는 트라벤에서 나온 이름이다. 게트라이데가세에는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음악가 모차르트가 태어난 집이 있다. 아주 평범한 건물이지만 지금은 박물관으로 변신해 많은 관광객의 발걸음을 유혹하고 있다. 또 맛있는 식당, 기념품 상점, 각종 옷가게와 보석가게는 물론 모차르트의 얼굴 초콜릿을 파는 전문매장도 있다.

그런데 게트라이데가세가 관광객의 눈길을 끄는 것은 모차르트 박물관도, 다양한 상점도 아니다. 이곳이 유명해진 것은 바로 ‘간판’ 덕분이다. 게트라이데가세의 간판은 매우 독특하다. 가게마다 간판 모양이 다르다. 그냥 다른 게 아니라 아주 고색창연해서 가게의 특색을 담고 있다. 수백 년 된 간판도 있다. 간판을 보러 잘츠부르크에 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최근 유명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생기는 바람에 간판의 특색을 잃어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 중구 동광동 40계단 일대 골목길을 매우 좋아한다. 반달호텔에서 시작해 화촌한정식과 40계단을 거쳐 대청로를 지나고, 백산기념관을 둘러 용두산공원까지 이어져 산책하기에 정말 좋은 코스다. 다양한 식당이 많은데다 늘 햇빛이 잘 들어와 밝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각 건물은 물론 골목 자체에서 특이한 질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아주 재미있고 흥미로운 골목길이다.

이 골목길을 걸을 때마다 늘 잘츠부르크의 게트라이데가세를 생각한다. 비슷하면서 다른 길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매력적일 게 없는 게트라이데가세는 간판 하나로 분위기를 바꿔 멋진 관광지로 탈바꿈했는데 40계단 일대 골목길은 왜 그렇게 못 하는 걸까. 오랜 역사와 맛을 자랑하는 빼어난 식당이 많은데 왜 사람들을 끌어들이지 못하는 걸까. 골목길에 조각상 한두 개 세워놓고, 인기 영화를 찍었다는 안내판 한두 개 설치한 다음에 그냥 손을 놓아버리면 관광객이 찾아오는 걸까.

외지에서 온 관광객이 이렇게 정감 있는 골목길에서 이색적이고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40계단 골목길 말고도 부산에는 걷기에 좋은 모양을 가진 골목이 적지 않다. 부산일보가 있는 수정동 일대 골목도 그렇다. 이 골목은 바둑판 모양으로 생겨 한눈에 보기에도 시원하다. 인근에 수정시장이 있어 이색적이기도 하다. 이처럼 많은 부산의 골목길을 게트라이데가세처럼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바꿔 지역경제도 살릴 방법은 없는 걸까. 누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기는 한 걸까.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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