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청장 비판 구의원 발언 ‘구보 삭제’, 이상한 ‘보도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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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청 구보 ‘동구신문’ 1면. 동구청 제공

근무평정과 관련해 구청장을 비판한 구의원의 발언이 해당 구청에서 발행하는 신문(이하 구보)에서 몽땅 삭제된 채 발행돼 파문이 일고 있다. 해당 의원을 비롯한 구의회는 ‘구청이 조례와 구민 알 권리를 침해했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최형욱 청장 ‘고무줄 인사’ 비판
배인한 의원 5분 자유발언 사라져
의회 “구민 알 권리 침해” 반발
최 청장 “허위 사실, 불가피 조치”

10일 부산동구청과 부산동구의회에 따르면 지난 8일 발행된 동구 구보에서 더불어민주당 배인한 의원의 5분 자유발언 내용이 삭제됐다. ‘최형욱 동구청장이 국장 등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구청 직원의 근무평정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요지의 발언이었다. 부산 동구 구보 조례를 살펴보면 구의원의 의정활동에 관한 사항은 구보에 게재하게 되어 있다. 구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이다. 구의원의 발언이 구청 집행부에 의해 의도적으로 삭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 의원은 최근 구의회 5분 자유발언에서 최 청장이 각 부서 국장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직원 근무평정을 손질했다고 주장했다. 배 의원은 당시 발언에서 “근무평정상 승진 서열이 가장 낮은 사람이 앞으로 오기도 하고, 가장 높은 사람이 뒤로 처지기도 했다”며 “이 같은 ‘고무줄 인사’는 구청장의 입김에 의해 움직인 것으로 직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사기마저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배 의원의 발언은 인사 사정을 잘 아는 간부급 직원의 내부 고발을 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은 배 의원의 발언이 ‘사실무근’이라 이를 구보에 싣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구보에 실을 경우 구민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동구청 김현우 시민소통과장은 “조례에 따라 의원들의 의정활동 내용을 구보에 싣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의원들의 의정활동 모두를 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발언 내용이 사실과는 달라 해당 의원과 구의회 측에 ‘다툼의 소지가 있는 사실무근 발언은 실을 수 없다’고 충분히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배 의원을 비롯한 동구의회는 구보 편집권을 가진 구청 집행부가 구민 알 권리를 침해했다고 날을 세운다. 배 의원은 10일 “발언을 싣지 않겠다는 것은 구청 집행부의 일방적인 통보였고 구의회 측과 어떠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구의원의 의정활동 내용이 구민들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은 동구청만의 이상한 보도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동구의회 측은 이 사안을 부산시구군의회의장협의회 안건으로 올려 타 구·군에도 알리겠다는 입장이다. 김성식 동구의회 의장은 “이달 안으로 다른 의장들을 만나 이 사안에 대한 입장을 취합하겠다”며 “구청은 해당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만 할 뿐 충분한 설명과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구보 삭제 사건이 공론화될 조짐을 보이자 최 청장은 “해당 발언은 조금도 맞지 않는 허위 사실이기 때문에 구보에 실리지 않아야 했던 게 맞다”며 “만일 구보에 실렸다면 허위 사실이 유포된 것이기 때문에 법적 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청장은 “코로나19 사태 속 균형을 맞춰야 할 구청과 구의회 간 잘못된 내용으로 불필요한 잡음이 생겨 안타까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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