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 요구 끊이지 않는 수능 ‘4교시 덫’ 수정테이프 잘못 그어 ‘0점 처리’ 위기
이번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수험생이 실수로 4교시 응시 방법을 위반하는 바람에 ‘미래의 날개’가 꺾일지 모를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재수생 A 씨는 지난 3일 실시된 수능 때 순간의 실수로 1년 동안 준비해 온 모든 수고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A 씨가 실수했을 때는 역시 ‘마의 수능 4교시’ 제2선택 과목 시험 시간이었다. 그는 문제를 다 풀고 다시 확인하다 틀린 답을 수정하려고 제1선택 과목 답안에 수정테이프를 그어버렸다.
종료된 시험 답안에 ‘테이프’
실수 깨닫고 감독관에 자진 신고
부정행위 판가름 심의 과정 중
국민청원 게시판에 억울함 알려
수능 4교시에는 한국사와 제1선택, 제2선택 과목을 30분 간격으로 순서대로 봐야만 한다. 시험 순서를 어기거나 2개 과목을 동시에 올려 문제를 풀면 부정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4교시에는 OMR 답안지 한 장 안에 3과목의 답을 마킹해야만 한다. 올해는 특정 과목 시험 시간 때 아직 보지 않은 다른 과목 답안에 실수 또는 고의로 마킹을 해도, 책상에 해당 시험지만 올라와 있지 않으면 허용하는 것으로 규정이 다소 완화됐다. 하지만 이미 종료된 시험의 과목을 수정하는 행위는 여전히 부정행위다. 이 규정을 어겼을 때는 전 과목 0점 처리된다.
다른 과목 답안에 수정테이프를 그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A 씨는 주저 없이 감독관에게 알려 답안지 교체를 신청했다. 감독관은 우선 A씨가 시험을 마저 보게 했다. A 씨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은 것은 수능이 종료되고 나서다. 시험장 본부는 A 씨가 이미 지나간 과목 답안에 손을 댄 사실을 부정행위로 간주했다. A 씨의 사례는 현재 부정행위 여부를 판가름하는 심의 과정 중에 있다.
A 씨는 수능에만 목을 맨 고교 3년 과정과 재수 1년간의 노력이 한꺼번에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억울한 심정을 알렸다. 그는 게시판에 “수정테이프를 긋긴 했으나 재마킹을 하지 않아 수정으로 볼 수 없다”면서 “이번 저희 고사장에는 반투명도 아닌 불투명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냥 그 칸막이 뒤에서 몰래 수정할 수도 있었지만, 정직하게 자진해서 감독관을 불렀다”면서 억울해 했다.
이와 같은 사례는 OMR 답안지만 분리해도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 부산시교육청 권혁제 중등교육과장은 “솔직히 말하면 수능 4교시 때 응시 방법을 위반한 수험생은 모두 억울한 사례다. 특히 재수생은 재학생처럼 자주 연습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기에 4교시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학생들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든다. 4교시 응시방법은 반드시 개선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