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깡패’ KT 주가, 주식시장 호황 속 ‘횡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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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사장 “기업 가치 제고” 논란

‘자사주 깡패’라던 KT의 주가가 횡보하고 있다. 주식 시장이 불타오르는 상황이라 KT 주가의 횡보는 더욱 두드러진다. 자사주 매입이라는 ‘쉬운 길’을 택한 구현모 KT 사장의 ‘기업 가치 제고’ 방식에 대해서도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KT는 지난달 6일 3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시작했다. 이번 자사주 매입은 2009년 이후 11년 만에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KT가 향후 1년간 3000억 원어치 자사주를 시장에서 매입하면 주가는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실제 자사주 매입 공시가 나간 이후 KT 주가는 소폭 상승했다. 11일 6일 이후 12월 8일까지 KT 주가는 5.45% 상승했다. 그러나 이 기간 코스피는 11.77%나 상승하며 그야말로 불타올랐다. 자사주 매입과 주식 시장 전체의 상승세를 감안하면 KT 주가는 횡보에 그친 셈이다.

KT는 자사주 매입에 대해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구현모 대표가 약속한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 강화”를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구 사장은 10월 기자간담회에서도 “주가에 기업가치가 반영되지 않은 점은 제일 큰 고민”이라며 “KT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고 평가받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사주 매입으로 기존 주주들에게 ‘선물’을 안긴 KT는 임직원에게 자사주를 나눠줄 예정이다. KT는 29일까지 임직원에게 233억 원어치 자사주를 나눠줄 것으로 전해졌다. 구 사장도 취임 후 바로 자사주를 매입했다.

KT가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자 시장 기대는 컸다. 증권사에선 ‘자사주 깡패’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신은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SK텔레콤을 ‘자회사 깡패’, LG유플러스를 ‘본업 깡패’로 표현하면서 KT는 자사주 깡패라고 분석했다. SK텔레콤은 자회사에서 강점을 보이고 LG유플러스는 통신이라는 본업에서 강점을 보인 반면 KT는 자사주 매입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KT가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에 비해 기업 활동에서 강점으로 내세울 게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신 연구원도 4분기와 내년 통신사 전망에서 LG유플러스를 우선(Top-pick)으로, SK텔레콤을 차선호주로 꼽았다. KT의 자사주 매입이 장기적인 기업 가치 제고 효과는 낮은 것으로 평가받은 셈이다.

자사주 매입은 현금자산이 많은 기업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대표적인 방법이지만 비판도 만만치 않다. 주식 시장이 발달한 미국에서도 자사주 매입은 “기업 경영진과 이사회가 대주주인 펀드나 기관투자자들의 탐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선택하는 쉬운 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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