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화재단 이사 공모 ‘그들만의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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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문화재단의 이사 공모에 부산시 문화 관련 출자·출연기관 대표들이 이름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이사의 주요 직무 내용에 정관 변경, 기본재산 처분, 재단 해산뿐만 아니라 임원 선출과 해임에 관한 사항까지 포함된다는 점에서 대표를 견제하는 이사회의 일원으로 선임되는 것이 적절한가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10일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에 따르면 최근 (재)부산문화재단(이하 문화재단)이 실시한 이사(비상임) 공개모집에 (재)부산문화회관 이용관 대표, (재)영화의전당 방추성 대표가 응모하고, 2배수 추천자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 출자·출연기관 중 문화 관련 기관의 대표들이 상대 기관의 이사로 선임된 전례가 없어, 부산 문화기관 대표끼리 서로의 뒷배가 되는 ‘짬짜미’라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달 안으로 2년 임기 끝나는
문화회관·영화의전당 대표 포함
상대 기관 이사 선임 전례 없고
시의회 지적 무시 추천 ‘배짱’
서로 뒷배 노린 ‘짬짜미’ 비난

공교롭게도 세 기관의 대표가 부산시의 출자·출연기관 ‘2+1 책임제’ 3차 평가 발표를 앞두고 있어 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강동수 대표, 부산문화회관 이용관 대표, 영화의전당 방추성 대표 모두 이달 혹은 다음 달 임기 2년이 만료된다. 3명 모두 임기 1년을 더 연장할지 부산시의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부산의 한 문화계 인사는 "혹시라도 임기 연장이 되지 않을 경우 부산 문화기관에 적을 두고 다음 자리를 노린다는 소문도 있다"고 전했다.

문화재단은 10월 중순, 12명의 선임직 이사 중 지난달 12일로 임기가 만료된 8명의 이사와 1명의 감사를 모집하는 ‘부산문화재단 임원(이사 및 감사) 공개모집’ 공고를 냈다. 임기는 임용일로부터 2년이며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

문화재단은 지난달 2일 응모를 마감한 뒤 7명으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선발인원의 2배수에 해당하는 추천 명단을 부산시에 올렸다. 현재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이 추천자 결재를 마쳤으며, 이달 말 열리는 문화재단 이사회에서 이사 선임을 결정한다.

앞서 부산시의원들은 지난달 23일 열린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문화재단 이사 선임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다. 김부민 시의원은 “행감에서도 지적했지만 이렇게 되면 대표들끼리 같이 이사회에 들어가는 모양새가 돼서 서로 도와주겠다는 이야기”라면서 “다른 분야의 기관 대표가 이사에 포함된 전례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제대욱 시의원 역시 “지역 문화기관 대표들이 서로 자문 형태를 취할 수는 있지만, 굳이 조직 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사회의 일원이 될 필요는 없다”며 “행감에서 지적했는데도 추천까지 됐다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부산시 김명수 문화예술과장은 “행감 지적이 있어서 시에서도 문제점은 인지하고 있다”면서 “최종적으로는 이달 말 열리는 부산문화재단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한다”고 전했다.

이사 선임을 놓고 논란이 일자 부산문화재단 강동수 대표는 “오거돈 전 시장 때부터 협업이 강조되는 분위기였고, 대표들끼리 만나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온 것일 뿐이다. 재논의 필요성은 있다고 보고 시와 의견을 조율하도록 해 보겠다”고 밝혔다. 부산문화재단은 지역 문화예술 진흥과 시민의 문화향유권 증진을 위해 2009년 설립된 부산시 출연기관이다. 오금아·조영미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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