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먼저… 지역 기업·지역 인재 잇는 가교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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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열 부산청년정책연구원 이사장

“청년과 지역기업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지난 4일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내 한 회의실, 20대 청년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이들이 몰두하는 대상은 바로 양초. 제사 지낼 때 쓰는 투박한 양초를 새롭게 디자인하거나 마케팅 전략을 개발해 제품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부산청년정책연구원(이하 정책연구원)이 주최한 ‘부산청년창업메이커톤’ 현장이다. 정책연구원 김덕열(41·두남화학 대표) 이사장은 “부산 청년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지역 제조업체에 새로운 변화를 끌어내려 한다”며 “이번 행사가 지역 창업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창업 경진대회는 3D프린트 전문 업체와 협업해 참가자들이 실제 제품까지 만들어보게 된다. 동서대·신라대 등 총 6개 팀 18명의 청년이 참가했다.

‘부산청년창업메이커톤’ 등 개최
기업 정보 계간지 ‘오늘의청년’ 발간
청년 아이디어로 기업 변화 이끌 것

부산 지역 중소기업 대표인 김 이사장이 청년 어젠다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뭘까. “2004년 회사 입사 후 아버지 밑에서 일만 했습니다. 회사를 물려받게 되면서, 좀 새로운 걸 하고 싶었어요”. 부산 지역 청년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영향을 끼쳤다. “뭘 할지 고민하던 중 서울시에서 ‘청년청’이라는 부서가 만들어졌어요. 청년 정책을 청년들의 처지에서 대변하고 반영되게 하는 곳이었죠. 부산에도 이런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이사장은 같은 꿈을 꾸던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2018년 정책연구원의 문을 열었다.

그는 정책연구원을 이끌며 특히 지역 기업과 청년들 간의 ‘미스매칭’에 가장 아쉬움을 느꼈다. 부산에도 전국서 손꼽히는 기업들이 있지만, 청년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부산에 있는 기업 세 곳을 대보라는 설문을 진행한 적 있는데 제대로 답하는 청년들이 드물었다”면서 “청년들의 ‘탈부산’을 지적하기 전에 소통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어 그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과 기업을 잇는 ‘다리’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후 부산지역 기업들의 정보를 담은 계간지 ‘오늘의청년’을 발간하기도 했다.

기업을 향한 주문도 잊지 않았다. 기업도 청년들이 가고 싶은 회사가 되도록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지역 청년을 고용한 기업에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한 ‘핀셋 지원’이 필요하다”며 “부산시나 정부 지원을 끌어내 지역 청년들이 지역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청년들이 심리적으로도 위기를 맞고 있다고 우려했다. “비정규직 등 위태로운 고용을 이어가다 그마저도 잃은 청년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텐데 이들을 위한 심리적 치유도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최근 정책연구원은 발달장애인과 청년이 갈맷길을 함께 걷는 ‘청년아 함께 걷자’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청년들이 봉사를 통해 공익을 실현하고, 함께 사는 행복을 깨달아 심신을 치유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전문 트레킹 가이드가 될 수도 있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책연구원은 지난해 ‘청년정책고위과정’을 개설했다. 수박 겉핥기 식 청년 정책은 한계가 있다는 문제 인식에서, 부산 지역 30~40대 젊은 기업가들이 뭉쳐 청년 정책 모니터링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내년에 4기 멤버를 모집할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꾸준한 정책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점과 개선점을 피드백해, 실질적으로 청년들에게 도움이 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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