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산재 사고 외면 말고 중대재해법 제정 서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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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이 좀체 진척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이 법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가 숨지거나 다치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기업을 처벌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산재가 발생할 경우 지금도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근거해 해당 기업을 제재할 수는 있지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직접 처벌하기는 어렵다. 산재에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나 몰라라 하고 그 피해는 노동자가 온전히 감수해야 하는 현실은 정의에 어긋난다. 중대재해법은 그런 모순을 조금이라도 개선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는 아직 구체적인 법안 논의도 안 하고 있다. 그 원망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는지 알 수가 없다.

국회 내 이견으로 연내 입법 난망
기업 눈치 보며 좌고우면 말아야

중대재해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분명 있다. 그중 하나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건 헌법과 법률을 위배하는 과잉 처벌이라는 논리다. 기업 전체의 안전관리 수준을 높여 산재가 발생하는 요인을 없애야지 특정인을 처벌하는 것으로 사고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맞고 있는 중소기업에 책임자 구속 등 심각한 처벌은 결국은 기업을 망하게 하는 것이란 주장도 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주장들이다. 특히 중대재해법 자체가 경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내용을 갖고 있는 터라 신중히 입법을 추진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법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지난 20일 경기도 평택시 물류센터 공사장에서 노동자 5명이 5층 높이에서 추락해 3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지난달 25일엔 부산 수영구의 오피스텔 신축 공사장 14층에서 50대 노동자가 1층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고, 그 하루 전날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확장 공사장에서 60대 노동자가 집수정에 빠져 결국 숨졌다. 지난 4월 29일엔 경기도 이천시 물류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무려 38명의 작업자가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람 목숨까지 앗는 공사장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모두 안전불감증에 따른 전형적인 인재들이다. 처벌이 능사는 아니나 재해 예방을 사업주의 선의에만 마냥 의지해서도 안 될 일이다. 이윤에 앞서 사람 생명 구하는 일을 소홀히 한 데 대한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 국회가 중대재해법 제정에 머뭇거려서는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지금 정의당이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국회 내 이견이 해소되지 않아 연내 제정이 불투명하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하루빨리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 무엇보다 더불어민주당이 소명 의식을 가져야 한다. 기업의 눈치를 보며 좌고우면하는 동안에 노동자는 죽어 나간다. 174석 거대 여당의 힘은 이런 때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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