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확진자 동선 공개’로 식당 폐업… ‘모르쇠’ 수영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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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영구청이 잘못된 확진자 동선공개로 관내 식당에 피해를 입혀놓고도 ‘업주가 피해를 호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이 가능한데도 이를 외면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수영구청은 지난 2월 확진자 동선을 잘못 기재한 수영구보건소 직원 A 씨에게 최근 ‘주의처분’ 징계를 내렸다. 올 2월 25일 ‘부산 27번 환자 코로나19 동선’에 해당 직원의 실수로, 확진자가 다녀가지도 않은 양영화(54) 씨의 식당 ‘숑숑돈까스 남천점’이 포함돼 언론과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구청, 인근 가게를 오인해 ‘문자’
숑숑돈까스 남천점 손님 끊겨 폐업
잘못 직원 징계하고도 손배는 외면
관련 규정 있지만 소극 행정 일관


취재 결과, 수영구청은 공무원의 착오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는 '행정종합배상공제'에 가입해 매년 구비로 보험료 1700만 원을 납부하고 있으면서도 이번에 이를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징계를 통해 내부 직원의 잘못을 인정하는 반면 피해자 보호에는 소홀했던 것이다. 황당하게도 부산시와 수영구청이 양 씨의 식당이 확진자 방문지라며 안전문자를 뿌렸지만, 문제의 그날 양 씨는 개인 사정으로 가게 문도 열지 않았다. 수영구청보건소 직원이 인근의 다른 가게를 양 씨 가게로 오인한 것. 부산시는 뒤늦게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식당 이름을 수정한 후 사과문을 공식 SNS에 게재했다.

그러나 온라인에 게재된 사과문 한 장으로 양 씨의 억울함은 풀어지지 않았다. 그는 “정상적으로 영업하던 식당에 손님이 끊겼다. 5월 남편까지 스트레스로 쓰러졌고 6월 말 폐업 신청을 했다. 살던 집까지 팔며 하루도 맘 편히 잠들지 못한다”며 “동선 공개가 아니면 도대체 우리 가게가 망할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이냐”며 고통을 호소했다.

결국 양 씨는 4개월 만에 식당 문을 닫았다. 양 씨는 동선공개일로부터 폐업까지 직원 급여부터 월세, 공과금까지 8400만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억울한 심정에 국가손해배상신청도 진행했지만 돌아온 건 기각 결정 뿐이었다.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해 양 씨가 손해를 입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수영구청은 ‘양 씨가 정식으로 구청에 민원을 접수하지 않아 공제제도를 안내하지 못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수영구청은 양 씨가 제기한 국가손해배상신청도 기각되어 구청 차원의 손해배상도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다, 시의회에서 이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현재는 양 씨가 민원을 정식으로 제기하면 손해배상 신청을 검토해보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지난 16일 제292회 정례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수영구청의 몰상식한 행정 처리를 지적한 더불어민주당 이정화 의원(더불어민주당·수영구1)은 “행정을 하는 과정에서 시민에게 손해를 끼치게 되었다면 이로 인한 손해 보상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행정종합배상공제제도의 적극적 활용으로 공무원의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전문적이고 신속한 손해배상 처리로 행정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씨는 기각된 국가손해배상신청에 대해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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