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신춘문예-시] 변성기 / 김수원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접시는 바꿔요

어제 같은 식탁은 맞지 않아요



초승달을 키우느라 뒷면이었죠

숨기고 싶은 오늘의 숲이 자라요 깊어지는 동굴이 있죠

전신거울 앞에서 말을 터요

알몸과 알몸이 서로에게



내 몸에서 나를 꺼내면

서로 모르는 사람

우리는 우리로부터 낯설어지기 위해 자라나요



엄마는 앞치마를 풀지 않죠

지난 앨범 속에서 웃어야지 하나, 둘, 셋, 셔터만 누

르고 있죠



식탁을 벗어나요



눈 덮인 국경을 넘어

광장에서의 악수와 뒤집힌 스노우볼의 노래, 흔들리

는 횡단열차와 끝없이 이어지는 눈사람 이야기, 말을

건너오는 눈빛들과 기울어지는 종탑과 나무에서 나무

와 나무까지 밝아지는

모르는 색으로 달을 채워요

접시에 한가득



마트료시카는 처음 맛본 나의 목소리

달 아래, 내가 나를 낳고 나는 다시 나를 낳고 나를 낳고

내가 누구인지 누구도 모르게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