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신춘문예-동화 심사평] 정돈된 문체와 세밀한 묘사로 그려 낸 보석 같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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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미

올해 아동문학 부문은 동시에 157명이 625편을, 동화에 106명이 112편을 응모하였으며 부산 경남권뿐만 아니라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에서 응모를 해 와서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대한 열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동시 부문에서 당선작이 나오지 않아 올해 응모한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동심과 시심이 어우러지면서 신인다운 실험성과 참신함까지 지닌 작품을 찾기 어려웠다. 동화의 경우 동물우화나 SF,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적 기법의 시도가 많았지만 동화의 본령이라고 할 환상성과 동심을 세련되게 형상화한 작품은 드물었다.

동시 부문에서 최종심에 오른 ‘짝’은 농촌 현실과 노인 문제를 연결하여 삶을 성찰하게 하는 묵직한 감동을 주었다. ‘벽화마을 천사’는 진솔한 소재에 바탕을 둔 주제의 형상화가 돋보였다. 하지만 두 응모자 모두 함께 응모한 다른 작품의 수준이 고르지 못하였다. 동화 부문에서 최종심에 오른 ‘숲속의 작은 무덤’은 아동 학대라는 참혹한 사회적 이슈를 동자 귀신을 등장시켜 따뜻하게 풀어내어 소재적 제약을 파기하고 과감한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반가웠다. ‘스트라이크’는 군더더기 없는 전개와 경쾌한 문장으로 아이들의 주체성을 잘 드러낸 수작이었다.

심사위원의 거듭된 논의를 거쳐 최종 당선작으로 결정된 ‘할매 바리스타와 원두 그리고 사막여우’는 길고양이를 통해 비루한 현실 속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사랑을 정돈된 문체와 세밀한 묘사로 그려 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평범한 풍경을 동화적 상상력으로 빚어낸 신인의 앞날에 문운이 가득하길 빈다. 심사위원 박선미 안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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