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할매니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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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추억하며 그 시절로 돌아가려는 ‘레트로’. 촌스러운 듯하면서도 과거의 향수에 젖도록 감성을 자극하는 이 트렌드는 대중의 지지를 받으며 수많은 ‘잇템(갖고 싶은 아이템)’의 중심에 서 있다.

레트로 열풍은 지금도 유효하다. 한 우유 제조 기업에서는 최근 실제로 100년 전에 사용됐던 빈티지 아트를 그대로 적용해 레트로 감성을 입힌 한정판 패키지 상품을 내놓으면서 주목 받았고, 한 유명 문구업체에서는 1980년대의 이미지를 입힌 ‘탑골세트’를 내놔 젊은 층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중장년층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올 연말 기대작으로 화제를 모은 영웅 장르 영화는 도입부부터 말미까지 ‘1984년’의 감성을 살려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커피 믹스와 호빵은 레트로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굿즈(브랜드나 연예인이 출시하는 기획상품) 덕분에 본 상품이 동나기도 했다.

여기, 새로운 신조어가 더해졌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가 주목하는 할머니 감성, 이른바 ‘할매니얼’이다.

중장년층 입맛에 맞는 것으로 알려진 검은깨와 쑥, 인절미 등을 이용해 만든 음식을 즐기는 ‘#할매입맛’, 고풍스러운 느낌의 카디건과 풍성한 긴치마 등을 매치한 ‘#할미룩’, ‘졸라맨’·‘뿌까’ 등 어릴 적 추억을 간직한 물건이나 오래된 만화 캐릭터들에 관한 게시물을 공유하는 ‘#할밍아웃(할머니+커밍아웃)’ 등 할매니얼과 관련된 해시태그가 SNS를 중심으로 줄을 잇고 있다.

2030세대의 관심과 중장년층의 입맛 둘 다 사로잡기 위해 늘 빠른 행보를 보이는 식품업계가 할매니얼을 놓칠 리 만무하다. 동지에 맞춰 팥 앙금과 생크림을 조합한 과자를 출시하고, 인절미와 쑥 등을 활용한 아이스크림도 내놨다. 프랜차이즈 카페 역시 팥과 인절미 등을 접목한 디저트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온라인과 현실 세계가 맞닿아 있는 할매니얼은 불황에 복고풍이 유행하는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성장할 조짐을 보인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장기 불황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고용이 불안정해지는 팍팍한 현실 속에서 할매니얼은 ‘2030’만의 새로운 탈출구일지도 모른다. 시대를 반영해 복고를 새롭게 재해석한 뉴트로나 힙트로, 빈트로 등으로 레트로의 영역이 점점 넓어지는 건 코로나19에서, 힘겨운 우리네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의지 덕분이리라. 내년엔 레트로 열풍이 좀 가라앉을까. 글쎄, 일단 레트로 감성의 굿즈 하나 사고 생각해 보련다. 윤여진 국제팀장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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