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형 유통기업, 지역 기여도 개선 언제까지 외면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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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대형 유통업체의 지역 기여도가 부산시의 상생협력 가이드라인조차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어발처럼 지역 상권을 장악한 대형 유통업체들이 '지역경제 공동체'라는 기본 가치조차 공유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지역에서 돈을 벌고, 지역에 기여하겠다는 최소한의 원칙과 기업의 양심이 필요하다.

지역금융 활용 및 재투자 대폭 하락
공익사업, 재능기부 등 평가 방안 필요

부산시가 지역 내 백화점, 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 16개사, 142개 점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도 지역 기여도 조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지역 기여도 만족도는 대체로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지역은행 장기예금 예치 액수는 민망할 정도다. 2019년 2701억 원에서 올해는 217억 원으로 93% 감소했다. 이는 부산 시민의 지갑을 열어 창출한 매출이 지역은행을 통해 부산에서 재순환되지 못하고 서울 금융기관을 거쳐 고스란히 서울 본사로 역외 유출되고 있다는 증거다. 지역상품 납품액 비율과 납품업체 수, 지역업체 입점 비율, 지역인력 고용 비율도 전년보다 감소해 부산시의 가이드라인에 못 미친 업체들이 수두룩했다. 또한, 지방세 실적도 전년보다 2.9%나 감소해 지역 내 재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기여도 조사는 지난 2009년부터 지역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대형 유통업체의 지역사회 발전 참여를 위해 실시해 왔다. 물론, 일부 긍정적 평가도 있었다. 서원유통의 탑마트가 지역은행 활용과 지역상품 납품액 비율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롯데백화점도 지방세 납부 및 공익사업 참여 실적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정규직 인력 비율이 88.2%로 전년 대비 13.1% 늘어나 고용의 질적 향상에 성과를 보였고, 지역 공익사업 참여 실적 금액도 소폭 상승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지난 12년간의 기여도 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대형 업체들이 지역협력업체 육성과 자본의 지역 내 재순환 등 지역과 상생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지역인력 고용, 지역은행 활용, 지방세 납세, 공익사업 참여, 지역업체 입점과 상설매장 설치 등은 경제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가져야 할 의무이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상생을 위한 조례 개정과 정책 대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유통 환경의 변화에 맞춰 공익사업과 재능기부 등 재벌 유통 기업의 지역사회 기여를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척도를 마련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또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로 매출이 급증한 쿠팡과 카카오, 네이버 등 대형 온라인쇼핑몰에 대한 지역 기여도 평가 및 상생 방안도 확보해야 한다. 온·오프라인 대형 유통기업들이 지역에서 돈만 벌고, 그 과실은 서울에서 누리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기업 스스로 부산 시민의 사랑을 받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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