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주사’ 있었기에… 전염병과의 전쟁 인류는 항상 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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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300일, 치유

백신 선구자 에드워드 제너를 기려 설립된 영국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의 한 연구원. AP연합뉴스

1520년 스페인 정복자 에르난 코르테스가 아메리카 대륙의 아즈텍 문명을 무너뜨릴 당시 병력은 600명이 채 안 됐다. 아즈텍 왕국의 인구는 약 2500만 명. 압도적 열세였던 스페인군이 아즈텍을 이길 수 있었던 건 천연두 덕분이었다.

코르테스 군이 옮겨온 신종 전염병에 아즈텍인들은 몰살당할 지경이었다. 천연두 여파로 아즈텍 인구는 약 100년 뒤인 1618년엔 160만 명으로 급감했다.

천연두는 한 번 앓고 회복되면 다시 걸리지 않는다. 18세기 영국의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소 젖을 짜다가 우두(소가 걸리는 천연두)에 걸린 사람이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우두법’을 개발했다. 최초의 백신이다. ‘Vaccine’이란 말도 소를 뜻하는 라틴어 ‘Vaccina’에서 따온 말이다. 제너의 백신 개발 약 200년 뒤인 1980년 세계보건기구(WHO)는 1만 년 이상 인류를 괴롭혀 온 천연두의 공식 박멸을 선언했다.

제너 이후 여러 전염병의 백신이 개발됐다. 프랑스 미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가 광견병 백신, 독일 파울 에를리히가 디프테리아 백신을 만들었다. 소아마비, 홍역, 간염, 장티푸스, 파상풍 등의 백신도 등장해 사망자를 급격히 줄였다.

초창기 제너와 파스퇴르 등이 만든 백신은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이용한 ‘생백신’이다.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화시켜 ‘약독화 백신’이라고도 한다. 홍역이나 결핵 백신 등이 생백신 형태다.

죽은 바이러스를 활용하는 ‘사백신’도 있다. ‘불활성 백신’이라고도 하는데, 체내에서 자가증식을 하지 않아 생백신보다 안전하다. 독감 예방용 백신이 대표적인 사백신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이 만드는 코로나19 백신은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은 바이러스를 운반체(벡터)로 이용하는 ‘바이러스 벡터 백신’이다. RNA와 DNA를 활용한 ‘유전자 백신’은 코로나19에 대응해 처음 상용화되는 방식이다. 정광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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