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연극 인생에 텅 빈 객석 최대 고통 ‘궁하면 통한다’고 온라인으로 관객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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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300일, 희망] 극단 ‘해풍’ 이상우 대표

“이상우 씨, 지금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힘내서 다시 달려 봅시다.”

부산 북구에서 활동 중인 극단 해풍의 대표 이상우입니다. 10월부터 유튜브에서 ‘부산연극TV’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30년 연극 인생이 한 번도 쉬웠던 적 없었지만, 코로나19는 그 어떤 어려움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고통이었습니다. 올 2월 말, 3개월에 걸쳐 준비한 공연을 일주일 앞두고 소극장 앞에 휴관 공문이 붙었습니다. 눈앞이 깜깜해졌습니다.

정신을 붙잡아 준 건 배우들이었습니다. 배우들은 유튜브 온라인 생중계를 제안했습니다. 온라인 생중계를 하려면, 구독자가 1000명이 돼야 한다고 합니다. 간절함이 통했을까요. 나흘 만에 1000명의 구독자가 모였습니다. 하지만, 구독자 수를 만족시켜도 생중계를 하려면 유튜브의 허가까지 필요하더군요. 급한 대로 다른 앱을 찾아 생중계를 진행했습니다.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작품은 그렇게 소극장이 아닌 온라인에서 관객을 만났습니다.

이후로 ‘실내 50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에 따라 공연은 할 수 있었지만, 예전만큼 많은 관객을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108석, 340석 극장이 어찌나 텅 비어 보이던지요. 북적이던 관객석과 관객들과의 포토타임이 너무도 그립습니다.

유튜브 구독자 1000명이 모인 김에 늘 갈망해 오던 ‘홍보 창구’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올해 10월에는 ‘극단해풍TV’를 ‘부산연극TV’로 바꿨습니다. 부산의 연극과 연극인들의 이야기를 담아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부산연극TV는 새해에도 꾸준히 이어나가려 합니다. 저의 작은 행동이, 지치고 힘든 연극인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동료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예술은 언제나 힘들었지만 우리는 늘 버텨 왔습니다. 버티고, 견디고, 살아남는 사람이 결국 이기는 겁니다. 다같이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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