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면 되겠니?” 줄다리기 길어지는 빅보이 재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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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자유계약(FA) 협상에 나선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부산일보DB

생애 두번째 자유계약(FA) 선수 자격을 얻은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39)와 롯데 구단의 줄다리기가 길어지고 있다.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진 재계약 협상에 양측이 찾을 실리와 명분 사이의 묘수에 관심이 모아진다.

롯데 자이언츠는 올 겨울 스토브리그에서 발빠른 행보를 보였지만 이대호와의 협상에서는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롯데 구단측은 이대호와의 FA 협상과 관련해서는 “노 코멘트”라며 일절 언급을 피하는 상황이다. 29일 롯데 자이언츠 관계자는 “FA와 관련한 사항은 굉장히 민감하다.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대호 두 번째 FA 계약 난항
‘최고 간판 스타’ 푸대접 못 해
노쇠화 징후에 고연봉은 부담
선수협 판공비 논란도 악재
몸값 높아 타 구단 이적 불가능
실리·명분 사이 묘수 찾기 고심

롯데는 팀의 간판 외국인 선수 댄 스트레일리, 딕슨 마차도와 일찌감치 재계약을 마치고 kt 위즈에 신본기와 박시영을 보내는 트레이드를 진행하는 등 내년 시즌 준비를 서둘렀다. 이대호 재계약 여부가 롯데의 2021 시즌 준비의 마지막 퍼즐인 셈이다.

현재 야구계에서 이대호와 롯데의 재계약 성사를 의심하는 시선은 없다. 타 구단과의 계약 가능성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다른 팀이 이대호를 영입할 경우 보상금 25억 원과 ‘보호선수 25인’ 외 1명을 내주거나 보상금 50억 원을 내놔야 한다. 한국 나이로 마흔을 앞둔 노장에게 투자하기 부담스러운 규모다.

롯데에게도 2017년 4년, 총액 150억 원에 사인했던 이대호의 몸값은 큰 부담이다. 비록 노장이지만 재정 부담을 핑계로 ‘조선의 4번 타자’라고 불리는 팀의 최고 스타를 푸대접 할 수도 없다. 이대호 역시 선수협 회장시절 판공비 ‘셀프인상’ 논란이 불거져 스스로 구단에 큰 요구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겹치며 양측은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롯데는 성민규 단장 취임 이후 거액을 투자한 스타 선수 계약을 줄이고, 장기적 관점의 유망주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구단의 재정 상황도 ‘저비용·고효율’을 지향하도록 만드는 원인이다.

뚜렷한 노쇠화 징후를 보이는 이대호의 최근 기량도 고민을 깊게 한다. 2017년과 2018년 3할 타율, 30홈런, 100타점을 달성했지만 지난해부터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나이를 고려할 때 반등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올해, 이대호는 전 경기(14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2에 20홈런, 110타점을 기록했다. 겉으로 보기에 준수한 활약을 보였지만, 선수 개인의 성적만 올랐을 뿐 팀 승리에 대한 기여도는 오히려 떨어졌다. 올 시즌 WAR(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는 1.01로 최악이다.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 역시 이대호가 FA 계약을 한 2017년 단 한 차례에 그쳤다.

이는 이대호와 같은 해 대형 FA 계약을 해 자주 비교되는 기아 타이거즈 최형우와도 큰 차이를 보인다. 이대호보다 한살 어린 최형우는 2017년 4년 총액 100억 원에 기아 유니폼을 입고 매년 3할 타율에 2019년을 제외한 3시즌 25홈런, 100타점 이상을 기록했다. WAR 역시 올해 5.70으로 KBO 지명타자 1위다.

협상의 관건은 계약 기간과 금액이다. 팬들의 여론을 의식해 간판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예우도 중요하지만, 팀의 재정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양측의 눈치싸움은 길어질 전망이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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