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부설 특수학교 설계 당선작 ‘숲의 가치’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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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함께하는 학교 건축’을 구현한 부산대 부설 예술중고등 특수학교 설계 당선작(투시도). (주)가가 건축사사무소 제공

포르투갈 작은 도시 가판하의 ‘보아 호라 스쿨 센터’는 숲과 일체화된 학교 건축 설계로 유명하다. 하지만 우리의 학교 건축은 대부분 학생을 통제하고 관리해 이른 시간에 적정 수준의 일꾼을 기르기 위한 획일적 구조에 머무는 실정이다.

건축가 유현준은 “우리의 학교 건물이 교도소와 비슷하다며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당장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그의 주장에 최근 우리나라 학교 공간도 하나둘 획일성에서 탈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발맞추듯 부산시교육청도 3년여 전부터 신·개축되는 학교를 학생들의 눈높이와 학교 특성에 맞춰 새롭고 다양한 형태로 건축키로 한 바 있다.

“금정산 자연 숲 훼손한다”
환경단체 부지 선정 반발

‘가가 건축사사무소’ 설계 보니
‘숲과 일체화된 학교’ 눈길
반대했던 환경단체도 호평

지역 내 이런 움직임을 보여주는 게 최근 ‘부산대학교 부설 예술중고등 특수학교 신축공사 설계공모(발주처 부산대)’ 당선작이다. (주)가가 건축사사무소(대표 안용대)에서 설계한 당선작은 연면적 1만 4936㎡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특수학교 건물을 부산 금정구 부산대 대운동장 인근에 짓는 것으로 돼 있다. 당선작의 가장 큰 특징은 숲과 운동장을 연계한 건축이라는 점, 건물을 짓기 위해 오래된 울창한 숲을 없애지 않았다는 점이다.

학교가 들어설 자리는 앞서 환경단체들이 “학교가 들어서면 자연 숲을 훼손한다”며 반대가 있었던 곳이다. 하지만 (주)가가 건축에서 설계한 당선작은 기존 학교 건축의 획일성에서 탈피해 ‘숲과 함께하는 학교 건축’을 구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더욱이 학교가 자연스럽게 숲의 가치를 배우는 장소가 됐다는 점에서 좋은 사례로 평가된다.

가가 건축 안용대 건축가는 “부지 선정 문제로 사회적 갈등이 있었고, 민·관·학(부산시, 부산대, 관련 민관 단체) 합의로 사업이 진행된 만큼 부담감도 있었다. 그래서 오래된 숲을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이 우선이었다. 또 숲을 살려 숲이 단순히 보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놀이와 학습, 생태와 자연 탐구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부산대가 금정산 자락에 특수학교를 설립하게 되면 금정산 숲 훼손이 불가피하다며 이를 반대해 왔던 환경단체조차 이번 설계안에 대해서만큼은 일단 긍정적으로 바라볼 정도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는 “과거엔 숲을 훼손하고 건물을 세우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당선작은 숲 훼손을 최소화해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방식을 제시했다. 이는 당초 우리가 요구했던 부분(대학교 대운동장 스탠드 부지 일부 특수학교 부지로 제공 등)을 충실하게 반영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장애인 학부모 입장을 대신해 건축 설계안 심사과정에 참관했던 (사)한국자폐인사랑협회 부산지부 김석주 부지부장은 “학교 중앙에 교장실을 배치하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학교 입구 쪽에 교장실을 배치한다든지, 숲을 울타리로 해 학교 정원처럼 활용할 수 있게 한 점, 기숙사 조도와 기숙사 배치 등에서 학생 입장을 고려해 신경 쓴 부분이 좋게 보였다”고 말했다. 덧붙여 김 부지부장은 “이게 끝이 아니라 건축이 완공될 때까지 내부 자재 사용하는 것, 표지판 하나 다는 것까지 서로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학교 혁신, 교육 혁신이 이루어지려면 학교 공간이 먼저 변할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 건축계와 교육계는 학교 공간을 탈바꿈하는 시도를 조금씩 하고 있다. <학교의 품격>의 저자 임정훈은 “학교 운동장이 나무가 울창하고 꽃이 아름다운 숲처럼 변하고, 운동장 주변으로 학생들과 교사들이 삼삼오오 거닐 수 있는 오솔길(둘레길)이라도 만들어 자연과 인간의 관계와 경험이 확장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부산대 부설 예술중고등 특수학교는 장애 학생에게 예술 교육을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국내 최초이자 세계 2번째로 설립되는 전국 단위 특수학교로 부산대 대운동장 인근에 2022년 개교를 목표로 들어설 예정이다.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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