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95. 데이비드 오케인 ‘The Acuity of Blindness II’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데이비드 오케인(David O’kane)은 아일랜드의 권위 있는 미술상인 ‘골든플리스어워드(Golden Fleece Award)’를 수상하고 유럽을 거점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이다.

작가는 회화와 사진, 애니메이션, 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한다. 그의 회화는 현실 가능한 상황을 사실적 표현을 이용해서 낯설게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 ‘The Acuity of Blindness II’는 연륜이 있는 남자가 의자에 앉아 불에 타고 있는 종이를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장면을 간결한 구도로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우리의 삶이 영화나 스크린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회화적 방식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영화가 전하는 서사와 사건에 집중을 하다 보면 우리는 중요한 장면과 순간을 놓치기 일쑤다. 영화처럼 동적인 이미지는 서사와 사건을 전달하기에 적합하지만 순간적이고 찰나적인 이미지는 회화 작품처럼 정지된 화면에서 제대로 볼 수 있다.

연출된 상황을 사진으로 찍은 것 같이 보이는 이 작품은 관람자로 하여금 불타는 종이와 불타는 종이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인물의 시선을 번갈아 바라보며 몰입하게 한다. 그리고 그림에서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나 사건을 상상하게 만든다.

이 작품 제목은 ‘볼 수 없는 예리함’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작품 제목과 이미지의 관계를 통해서도 다양한 해석과 상상이 가능해진다. 무엇인가를 ‘태우는 행위’는 지우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코로나로 유난히 힘들었던 2020년, 모두들 지난한 고난의 시간들을 그림 속의 종이처럼 태워 보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오히려 지난 시간을 흘려보내기 보다 의미 있는 순간과 시간들을 놓친 것이 없는지 한번 쯤 더 생각하기를 권하고 있다. ‘The Acuity of Blindness II’는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소장품 하이라이트 전시 ‘우리는 모두가 위대한 혼자였다’에서 만날 수 있다.

김지호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