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그늘’… 부산 법인파산 신청 배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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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에 올해 첫눈이 내렸다. 부산기상청은 북서쪽에서 남동진하는 찬 기압골의 영향으로 이날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 눈이 내렸다고 밝혔다.30일 부산진구 백양산 철쭉 군락지에 눈이 쌓여 장관을 이루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자동차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부산 기장군 A사의 상무 K 씨는 새해를 맞는 것이 두렵다. 밤에는 잠도 오지 않는다. 좀체 진정되지 않는 코로나19의 확산세 속에 날로 줄어드는 납품 물량 걱정 때문이다. 올해에 국내는 30% 남짓, 해외는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5월에는 직원 한 명이 코로나에 확진됐다. 150명 직원 전원이 이틀 동안 자가격리를 했다. 모든 생산 라인이 멈췄다. K 씨는 “이런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파산 신청까지 생각해야 할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매출 급감·채무 변제 도래하자
줄줄이 거제동 법조타운행
“내년 더 늘 것” 우울한 전망 속
개인파산도 지난해 넘어설 듯

코로나 영향 속에 매출 급감 등으로 올해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부산 지역 기업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용업계와 법조계에서는 파산 신청 건수가 내년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30일 대법원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에 접수된 올해 1~11월 법인(기업) 파산 신청 건수는 모두 55건이다. 12월 신청 건수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는 지난해 1~12월 28건의 배에 가까운 수치다.

개인 파산 신청 건수도 늘었다. 올해 1~11월 부산 지역 개인파산 신청은 2764건이었다. 올해 한 달 평균 251건이 접수된 것을 고려하면 2019년(1~12월) 2826건을 넘어설 것이 거의 확실하다.

법인 파산은 과도한 부채를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거나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기업들이 신청하는 제도다. 법인이 보유한 자산으로 채무를 갚지 못할 경우, 파산을 선고하고 법인의 재산을 우선순위 채권자들에게 분배하는 것이다. 법인 파산이 급증한 데에는 코로나19가 직격탄이 됐다. 계속된 경기 침체 속에 코로나 확산에 따라 고정 매출이 급감하거나 사라지고, 채무 변제 시기가 도래하면서 결국 파산을 선언하는 기업이 속출하는 것이다.

부산 연제구 거제동 법조타운에는 파산을 문의하는 의뢰인의 발길이 이어진다. 부산지방법원도 파산 재판 신청 건수가 늘어나자 올해 파산·회생 담당 법관을 1명 추가해 재판을 처리한다. 드림법률사무소 김병준 대표변호사는 “지난해보다 개인 파산 관련 접수 건수가 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신용업계에서는 한 개인의 일반적인 자산 매각 과정을 고려할 때 내년과 내후년에는 파산 신청 건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파산에 이르기까지 평균 2~3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신용업계에서는 대다수의 파산 신청자들이 예금, 부동산, 보험 등 자산을 처분한 뒤 돈이 부족할 경우 대출·카드론 등을 이용하고, 급기야 금융권 밖 사금융을 끌어 쓰다 파산 신청을 내는 과정을 밟는다고 설명한다. 신용회복 분야 전문가는 “기업이나 개인이 파산할 경우 그에 따른 파장은 크기 때문에 파산 기업과 개인을 줄이기 위한 선제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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