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흰 소띠해) 띠풀이] “신성한 기운 업고 우보천리로 뜻 이루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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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수 화백의 ‘우보천리(牛步千里)’. 흰 소의 해인 2021년 신축년을 맞았다. 느리지만 착실히 걸어가는 우보천리(牛步千里)의 자세를 소로부터 배웠으면 한다. 안창수 제공

2021년은 신축년(辛丑年) 소띠해다. 신축년은 육십갑자 중 38번째에 해당한다. 색으로 보면 흰 소띠해다. 신축(辛丑)의 천간(天干)인 신(辛)은 오행상 색깔이 백색이고, 축(丑)이 소니, 올해는 흰 소띠해가 된다. 하얀 소는 예로부터 신성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십이지의 두 번째 동물로 등장하는 소는 우직함과 편안함, 그리고 여유로움을 상징한다. 고집이 세지만 끈질기고 성실하다. 설화 속의 소는 약삭빠른 쥐에게 1등을 빼앗기지만 그래도 가장 먼저 잠에서 깨어나 출발하는 짐승이 소다. 소는 자신이 ‘느리다’는 점을 알기에 부지런함으로 승부수를 삼는다.

움직임 느리고 고집 세지만
잠에서 가장 먼저 깨어나
우직한 부지런함으로 승부
농가는 살림 밑천과 풍요를
불교는 인간 참본성 상징

전도연·정우성이 소띠 스타

목동이 소를 타고 가는 그림에서는 세속을 벗어난 여유로움이 느껴지고, 문학작품에서는 소가 고향의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불교에 등장하는 소는 끊임없이 찾아 헤매는 인간의 참된 본성을 가리킨다. 주로 사찰 법당의 외벽에 벽화로 많이 그려지는 심우도(혹은 십우도라고도 한다)가 좋은 예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태자 때 이름은 ‘고타마 싯다르타’인데 성(姓)에 해당하는 ‘고타마’의 뜻은 ‘가장 좋은 소’ ‘거룩한 소’란 의미다. 만해 한용운은 자신이 머물렀던 집을 ‘소를 찾는 곳’이라는 의미의 심우장(尋牛莊)이라 이름 짓기도 했다.

흰 소 하면 유명한 그림이 있다. 바로 이중섭의 대표작 ‘흰 소’(1954)다. 이중섭은 ‘소의 화가’라고 불릴 만큼 소를 소재로 한 그림을 많이 그렸다. 그의 그림 속 흰 소는 종종 전후 황폐한 시절을 견뎌 나가는 시대정신의 상징으로 해석되곤 한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맞은 지금,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대정신과도 부합한다고 하겠다.

1998년 6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500여 마리의 소 떼를 몰고 판문점을 통과해 북한을 방문하면서 소는 남북 관계에서 평화의 상징이기도 했다. 현대에는 증권 시장의 상승세(Bull)를 표현하는 말로도 사용된다. 증권가 앞에 가면 종종 힘센 황소상을 만날 수 있다.

소가 모두 긍정적으로만 작용한 것은 아니다. 다른 동물에 비해 덩치가 크고 움직임도 느리다. 또 사람 말도 잘 알아듣는 편도 아니다. 그래서 ‘쇠귀에 경 읽기’ ‘황소 고집’과 같은 부정적인 말들도 생겨났다. 근래에는 ‘광우병’으로 잠시나마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을 떠나, 소는 예로부터 우리와 친근했다. 소를 가족이라는 의미로 ‘생구(生口)’라고 부를 정도였다.

전통 농경사회에서는 농가의 밑천이었고, 힘든 농사일을 도맡아 하던 주역이었다. 또한 풍요와 힘을 상징하기도 했다. 소가 우리 민족의 일상과 얼마나 가까운 동물이었는지는 고구려 고분벽화나 신라 토우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씁쓸하지만, 학부모가 자녀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소를 팔아야 했다는 이야기에서 기원한 우골탑이 상아탑 대신 대학을 가리키던 시절도 있었다. 소는 지명에도 자주 등장한다. 특히 소가 누운 형상에서 비롯된 산 이름인 와우산은 전국 곳곳에 있을 정도다.

소띠생들은 1925년생, 1937년생, 1949년생, 1961년생, 1973년생, 1985년생, 1997년생, 2009년생이다. 일반적으로 소띠는 매사에 근면·성실하고 정직하며, 또 누구에게나 신뢰감을 주는 편안한 인상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한 번 화를 내면 잘 풀어지지 않는 단점도 있다. 소띠 연예인으로는 ‘칸의 여왕’ 전도연과 할리우드 스타 김윤진, 영화배우 정우성, 이정재, 가수 임창정 등을 꼽을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신축년 소띠해를 맞아 3월 1일까지 ‘우리 곁에 있소’ 특별전을 개최한다. 부산시립박물관은 2월 초 소띠 전시를 할 예정이다.

2021년 신축년에는 하얀 소의 기운을 받아 복되고 길한 일이 일어나고 몸과 마음도 편안하기를 기원한다. 또한 느리지만, 착실히 걸어가는 우보천리(牛步千里)의 자세를 소로부터 배워 코로나19도 극복하고 웃음도 되찾았으면 한다. 더하여 불교의 심우도가 상징하듯이 신축년에는 인간이 찾아야 할 참마음, 본성도 되찾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해 본다.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음력을 기준으로 띠를 적용하면 2021년 2월 12일 설날을 기준으로 소띠가 시작된다. 우리나라는 통상 24절기 중 새해의 첫째 절기인 입춘(立春)을 기준으로 띠가 바뀐다고 알려져 있는데, 올해는 2월 3일이 그날이다. 본보는 편의상 양력으로 신년호에 띠풀이를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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