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감 경기 ‘엄동설한’, 코로나발 소비 위축 지속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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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19년과 2020년 2년 연속으로 0%대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65년 이후 처음이다. 31일 한 대형마트에서 장 보는 시민. 연합뉴스

연말연시에도 희망가를 부를 수 없을 만큼 체감 경기가 꽁꽁 얼어붙어 그야말로 엄동설한이다. 각종 경제 지표들이 말해주듯이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백신발 경제 낙관론’은 점차 힘을 잃어가는 형국이다.

지난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체 산업생산은 반도체 수출과 증시·부동산 호황에 힘입어 전월(-0.1%)의 마이너스에서 벗어나 0.7% 증가했다. 하지만 민생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9% 줄어 2개월째 감소세였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소비가 위축된 탓이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마다 어려움을 겪는 숙박·음식업(-2.7%), 보건·사회복지(-0.8%), 도소매(-0.3%) 등에 타격이 집중됐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5포인트,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7포인트 각각 올라 두 지수가 6개월째 동반 상승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아직은 살아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모멘텀이 꺾일 수 있다.

11월 전체 산업생산 0.7% 증가
소매 판매는 2개월째 감소세
거리 두기로 소상공인 고통 가중
코로나 확산세 진정 ‘최대 변수’

실물 경제를 끌어야 할 기업 체감경기도 꽁꽁 얼어붙었다. 한국은행의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달 경영상황을 보여주는 업황 실적 BSI 지수는 75로 전월보다 3포인트 하락했고, 새해 1월 업황에 대한 전망 BSI 지수는 70으로 전월 전망지수(76)보다 6포인트나 떨어졌다. BSI가 100을 크게 밑돈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 판단과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들이 많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의 새해 1월 경기 전망은 더 어둡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2021년 1월 경기 전망지수(SBHI)는 65.0으로 전월보다 7.0포인트 하락했다. 내수 부진과 대내외 불확실성이 중소기업의 체감경기를 위축시켰다.

방역 단계 격상으로 소상공인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거리두기 강화 조치 등으로 12월 넷째 주(21∼27일) 전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56%나 격감했다. 이 기간 부산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매출은 58%나 급감하며 전국에서도 서울(61%) 다음으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소비 절벽이 장기화하면서 경제 전망에도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한국은행은 새해 성장률을 3.0%로 전망했지만, 이는 코로나19가 올겨울 확산한 뒤 새해 중후반 이후엔 진정될 것이라는 전제가 달려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30일 보고서에서 새해 1분기 백신 도입 전 하루 신규 확진자가 300명대에서 관리되는 낙관적인 시나리오의 경우 성장률 전망치는 3.4%이지만, 일평균 확진자가 1200명 수준으로 확산할 경우 성장률은 0%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빠르고 강한 경기 반등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새해 브이(V)자 회복을 통해 성장률 3.2%를 달성하고, 15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정부가 더 뛰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관건은 방역이다. 현재 1000명 선을 넘나드는 코로나 확산세를 조기에 진압한다면 경제 회복은 탄력이 붙을 수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루하게 봄까지 이어질 경우 새해에도 경제 전망은 암울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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