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합 승부수’ 전직 대통령 사면, 국민 동의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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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발언으로 정국이 어수선하다. 지난 1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는데, 정치권에선 여당인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 등 야권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이 대표는 국민 통합을 강조했지만, 여야는 오히려 그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며 혼란에 휩싸였다. 일반 국민으로서도 집권 여당 대표의 예상치 못한 사면 발언은 당혹스럽다. 모두가 힘을 모아 새롭게 희망을 다져 나가야 할 이 시기에 뜻밖의 사면 논란이 우리 사회에 또다시 갈등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과오 인정과 진정한 반성 전제돼야
또다른 국론 분열 초래해선 안 돼

문 대통령과 사전 조율이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사면 건의 발언은 지도부 차원의 논의 등 민주당 내부의 사전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고 이 대표가 독단적으로 행한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민주당 내부에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지금은 사면 얘기를 꺼낼 때가 아니라는 입장에서부터 이 대표의 공개적인 사면 거론이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반응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도 과거 친박, 친이로 분류되던 세력을 빼고는 다분히 정치공학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대표가 지지율 급락 등 불리한 정국을 사면 카드로 만회하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이 국민 통합에 긍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며 반기는 쪽도 있다. 대화와 타협이 실종됐다는 비판을 받는 정치를 회복하고 국난 극복의 에너지를 모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사면이 그런 효과를 갖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사면 대상자가 죄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반성한다는 사실이 전제돼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사면을 용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면이 아무리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해도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는 사면은 사법 정의에 위배돼 통합이 아니라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될 뿐이다. 이는 과거 김대중 정부 때 사면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에서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사면은 특정 정치인이 정치적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수 없는 문제다. 이번 사면 논의가 특히 위험한 것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지난 탄핵과 사법 처리가 잘못된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의도치 않게 인정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현재 가까스로 억눌러져 있는 진영 간 갈등을 폭발시킬 수 있다. 사면 권한을 가진 대통령도 그 권한 행사에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당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사면 권한은 궁극적으로 국민이 부여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사면 발언이 또 다른 국론 분열의 씨앗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국민 동의를 구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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