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한복 입은 순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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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한복, 한식, 한과…. 모두 우리의 정체성(Identity)과 관련 있는 것들이다. 이 중에서도 한복은 입는 순간 그 정체성이 단번에 드러난다. 미국 NBC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서 걸그룹 블랙핑크의 신곡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이 처음 공개되던 지난해 6월 26일(현지시간). 어두웠던 무대에 조명이 켜지자 블랙핑크가 입은 한복을 보고 아름답다는 평가가 세계 곳곳에서 쏟아졌다. 물론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한복마저 자기들 옷이라며 억지를 부렸다. 비단 블랙핑크만이 아니다. 한복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린 인물로는 방탄소년단(BTS)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2018년 8월 발표한 노래 ‘아이돌’의 뮤직비디오에서 다양한 한복 패션을 보여 주었다.

한복은 한국인의 정체성과 고유한 문화를 보여 주는 우리의 옷이다. 우리 정체성을 드러내는 한복을 입고 세계인을 상대로 노래하는 K팝 스타들의 이런 모습을 이젠 심심찮게 본다.

한데 엊그제 미국의 한국계 여성 연방 의원도 이 대열에 당당히(?) 합류했다. 붉은색 저고리에 짙은 푸른색 치마. ‘순자’라는 이름을 가진 미국의 한국계 여성 연방 하원의원인 메릴린 스트릭랜드(민주·워싱턴주)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의사당에서 치러진 연방 하원 취임식에 한복을 입고 참석해 선서했다. 그는 1962년 9월 서울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한국인 김인민, 아버지는 주한 미군 출신의 윌리 스트릭랜드다. 부부는 ‘순자’가 아주 어렸을 때 미국으로 건너왔다. 스트릭랜드는 워싱턴주 타코마 시의원을 거쳐 시장에 당선,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타코마 시장으로 재임했다. 이날 양장 차림의 다른 의원들 사이에서 한복 차림의 스트릭랜드 의원은 단연 눈에 띄었다. 그는 지금도 한국 이름 ‘순자’로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스트릭랜드 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한국계 미국인이자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한복을 입는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깊은 의미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덧붙여 “한복은 내가 물려받은 문화적 유산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옷의 움직임은 사람의 움직임과 늘 함께한다. 또한 우리의 행동은 옷이란 형식을 통해 겉으로 드러난다. 전통 옷 한복은 여기에 우리의 온전한 정신을 더한다. 그래서 한복을 입는 순간 우리의 정체성이 오롯이 드러난다. 스트릭랜드 의원의 한복 입은 모습이 진정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달식 문화부 선임기자 do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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