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타는 비트코인… ‘디지털 금’인가 ‘거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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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락 거듭 ‘비트코인’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뜨겁다. 이 신기루 같은 가상의 ‘돈’이 현실의 ‘돈’을 잡아먹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은 3000만 원을 넘어선 지 불과 10여일 만에 4000만 원까지 돌파하는 상승세를 보였다. 이후 며칠 사이에 5000만 원 턱밑까지 치고 올라가더니, 3000만 원대로 다시 떨어지기도 했다. 비트코인 값이 요동치면서 비트코인에 대한 ‘대세론’과 ‘회의론’의 엇갈린 전망들이 동시에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이미 실물경제의 한 축이 되었다는데에는 이견이 많지 않다. 12일 오후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무려 716조 원. 참고로 같은 시각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527조 원이다.


2009년 첫 발행 온라인 암호화폐
실물 금과 같은 투자 자산 부각
최근 4000만 원 돌파 ‘대세론’
다시 3000만 원대 급락 ‘회의론’
가격 급등에 “투기 과열” 우려도


■블록체인 기술로 탄생한 암호화폐

암호화폐란 지폐·동전과 같은 실물 없이 온라인에서만 거래되는 가상의 화폐를 말한다. 암호화폐라는 개념이 막 도입되던 시기에는 ‘디지털 화폐’ 또는 ‘가상화폐’ 등으로 불렸지만, 최근에는 ‘암호화 기술을 사용하는 화폐’란 뜻의 ‘암호화폐’가 더 정확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블록체인은 디지털 통화 거래 내역을 기록하기 위해 개발된 분산형 장부 기록 데이터베이스 기술이다. 중앙 집중형 서버에 거래 기록을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 시스템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장부를 보관한다. 새로운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그 정보를 별도의 블록으로 만들고, 이 블록을 기존 장부에 연결하는 방식이다.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분산된 장부들을 서로 대조하기 때문에 장부 조작이 극히 어려워 강력한 보안을 유지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실물이 없는 온라인 거래의 신뢰성이 보장받을 수 있게 됐고, 암호화폐 등장의 밑거름이 됐다.

이후 2009년 비트코인 개발을 시작으로 2017년까지 무려 1000여 개에 이르는 암호화폐가 개발됐다. 이 가운데 절반인 500여 개가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암호화폐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12일 오후 5시 현재 비트코인의 가격은 4000만 원대 초반, 이더리움의 가격은 126만 원대다. 2위라고 하지만, 1위와의 격차가 심하다. 이렇다보니 암호화폐의 대표는 비트코인으로 한정하고, 그 외 암호화폐를 통틀어 ‘알트코인’이라 부른다. 대체(alternative)와 코인(coin)의 합성어다.

■가상 ‘화폐’가 아니라 가상의 ‘금’?

최초 비트코인의 발행목적은 거래의 지불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즉 ‘화폐’다. 그러나 정작 비트코인이 세상에 등장한 지 십수 년이 지났지만 결제수단으로 비트코인의 사용 빈도는 좀체 늘지 않고 있다. 대신 투자수단으로서의 비트코인의 명성은 커져만 가고 있다. 사실 몇 주간 보유하는 것만으로 50%, 심하게는 2배 이상 가격이 오르는(때로는 내리기도 하지만) 비트코인으로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 마실 생각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결국 지금의 비트코인은 화폐라는 결제수단보다 금과 같은 투자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지난해 하반기의 비트코인 가격 급등 역시 이러한 시각과 무관하지 않다. 글로벌 저금리·양적완화 기조로 돈의 가치는 계속 낮아지고, 투자자들은 실물자산으로 눈을 돌렸다. 비트코인 역시 실물 ‘금’과 같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제한된 양도 비트코인의 가치 상승을 도왔다. 이 또한 금과 유사하다. 비트코인은 총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정해져 있다.

최근 SK증권은 “디지털 금이라 불리는 비트코인이 대체투자 수단으로써 시중의 자금을 흡수해 나갈 경우 앞으로도 가격상승 여력은 충분할 것”이라 전망했다. 현재 금 시가총액의 6.9% 수준인 비트코인이 금 시총의 30%인 3조 달러 수준까지 성장한다면 개당 14만 6000달러(약 1억 6000만 원) 수준에 이를 것이란 예측이다. 30%까지는 아니더라도, 비트코인 투자가 금 투자의 10%만 대체해도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5000만 원을 훌쩍 넘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의 급증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월가의 대표적 증시 강세론자인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워드 야데니는 “비트코인에는 엄청난 거품이 끼어 있다”면서 “새해 첫 5거래일간 36%나 가격이 올랐고, 지난 6개월새 300% 이상 폭발적으로 상승했다는 것만으로도 분명히 투기과열 현상의 신호”라고 말했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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