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정의 팔아 권력욕을 채우는 씁쓸한 얘기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문성수 소설가. 아래 사진은 <위대한 사기> 표지. 전망 제공·부산일보DB

부산의 소설가 문성수(69)는 8편의 작품을 모은 세 번째 소설집 <위대한 사기>(전망)를 냈다. “사람들은 쉽사리 말과 행동이 다르고, 겉과 속이 다른 세상살이를 하고 있어요. 도덕을 말하면서 도덕적이지 않고 정의를 말하면서 정의롭지 않은 것이 우리 현실과 세태의 실상이에요.” 그게 소설집 제목 <위대한 사기>의 뜻이다.

문성수 세 번째 소설집 ‘위대한 사기’
“말과 행동, 겉과 속이 다른 세태 그려”

그의 소설은 우화적인 냄새도 나면서 옛날얘기처럼 구수한 맛도 난다. 그러나 그가 집중하고자 하는 것은 ‘위대한 사기’가 자행되는 세태다. 그는 이번 소설집을 두고 “한두 작품을 빼고는 세태소설”이라고 했다.

표제작 ‘위대한 사기’는 역사와 정의를 팔아 권력욕을 채우는 씁쓸한 얘기를 담았다. 조상의 독립운동 흔적을 찾아 유공자가 되게 도와주겠다는 역사정의실현연구회 강 실장이라는 자는 자손들에게 헛된 바람만 넣으면서 기부금을 받아 챙기는데 나중에 보니 대선 캠프 같은 데를 기웃거려 한 자리를 차지하는 멋진 수완을 발휘한다.

‘두 개의 달’은 안 그런 척하지만 치졸한 애욕에 사로잡힌 사람들 이면의 적나라한 모습을 폭로한다. 고상한 사교 모임에서 30대 후반의 여성 재즈 가수가 돌연사하는 사건이 벌어진 후 사망 경위를 알기 위해 문자 내역을 살펴보니 고상한 회원들이 잡놈들처럼 여성에게 온갖 수단으로 치근덕거렸다는 게 드러난다. 씁쓸하고 적나라한 그런 모습들이 복잡한 것 같은 세태의 단순하고 뻔한 공식이라는 거다. 입으로 바른말을 하면서 행동으로는 그것을 뒤집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라는 것이다.

단편 ‘부정(否定)’과 ‘죽음의 단상’은 극한적인 상황을 등장 시켜 우리 삶은 한순간에 좌지우지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려낸다. 그는 “소설이 세상을 바꿀 순 없어도 적어도 우리가 무엇이고 무엇이 아닌지 어떤 것에 저항하고 또 어떤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1989년 부산MBC 소설 부문 신인문예상으로 등단한 그는 부산소설가협회장을 지냈고,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그는 바다로 갔다> <말의 무덤>을 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