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별미 ‘물메기·대구’가 실종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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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 별미로 손꼽히는 경남 통영 추도 물메기(사진·꼼치)와 거제 진해만 대구를 구경하기가 올해도 쉽지 않다.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없는 어획난에 어민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통영수협에 따르면 지난해 조합 위판장에서 거래된 생물 물메기는 28t이다. 이는 역대 최악이던 2019년 41t보다 적고, 2018년 63t, 2017년 70t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생물 위판이 줄면서 이를 원료로 한 건메기 위판량은 올해로 3년째 ‘0’이다. 수협 관계자는 “도통 안 잡히다 보니 물메기 조업을 포기하고 잡어 잡이로 전향한 어민도 부지기수”라고 전했다.

여름 이상 고수온에 산란 못 해
작년 어획 급감, 어민 조업 포기
두 어종 공급 어려워 가격 급등

추도 어민들은 매년 여름 남해안을 뒤덮는 고수온 현상을 요인으로 꼽는다. 찬 바다를 좋아하는 한류성 어종인 물메기가 이상 고온에 제대로 산란을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남해안 수온이 적정 수준을 유지했던 과거, 추도 어민들은 소형 통발어선 1척으로 하루 100마리 정도는 거뜬히 잡았다. 그러나 지금은 마을 주민이 잡은 걸 통틀어도 하루 100마리가 될까 말까다.

원조 겨울 진객 대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대구는 회유성 어종이라 수온에 더 민감하다. 러시아 캄차카반도 등 북태평양 근해에 살다 산란기가 되면 고향 해역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데, 주 회유지가 바로 거제도와 부산 가덕도 사이 진해만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고향으로 돌아오는 대구를 맞기 위해선 수온이 5~12도까지 떨어져야 한다. 그러나 최근 진해만의 겨울 평균 수온은 15도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유통량도 신통찮다. 국내 최대 진해만 대구 집산지인 거제수협 외포항 위판량을 기준으로 2017년 324t에서 지난해 214t으로 급감했다.

두 어종 모두 공급이 달려 가뜩이나 비싼 몸값이 더 뛰었다. 물메기는 수협 위판장 kg당 평균 단가 기준 2017년 1만 원이던 게 연말연시 1만 8000원으로 치솟았다. 대구도 kg당 평균 8700원 꼴이다. 보통 대구 1마리가 5kg 이상인 점을 고려할 때 유통마진을 더하면 마리당 최소 5만 원 이상은 줘야 한다.

원룟값이 오르니 식당도 요리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물메기탕, 대구탕 한 그릇에 1만 5000원이 보통이다. 식당은 냉가슴만 앓는다. 살 오른 물메기는 1마리에 최소 3만 원 이상 줘야 한다. 끓이면 많아야 3인분 정도다. 재료비에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그 이하로는 밑지는 장사다. 한 식당 업주는 “가격을 무작정 올릴 수도 없고 장사하는 우리도 갑갑하다”고 하소연했다. 김민진 기자 m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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