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별검사소 잇단 폐쇄, ‘코로나 전쟁’ 백기 들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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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상 감염자나 감염원을 알 수 없는 숨은 확진자 선별에 큰 효과를 발휘한 부산 지역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의 3분의 2가 이달 중 문을 닫는다고 한다. 임시 검사소에 근무할 의료진 수급과 장소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시민 입장에서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다. 부산 지역 전체 15곳의 검사소 중 10곳이 이달 내로 폐쇄되는데, 남구 검사소의 경우 지난 17일 이미 문을 닫았다. 알다시피 ‘코로나19와의 전쟁’은 언제 끝날지 여전히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이런 판에 지역 방역의 최전선을 담당하고 있는 임시 검사소부터 먼저 없애 버리면 앞으로 시민 방역은 어떻게 할는지 걱정이 앞선다.

이달 내 부산 지역 전체 15곳 중 10곳 폐쇄
무증상 감염 방지 등 역할, 방역 구멍 우려

임시 선별검사소는 지난달 21일부터 부산 지역에 설치됐다. 지역의 무증상 감염자를 신속하게 발견하기 위한 게 주목적이다. 증상 유무와 역학적 연관성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신분 노출을 우려하는 사람에겐 익명 검사도 허용해 기존 방역 체계의 허점을 보완했다. 이 때문에 지역 사회 곳곳에 숨어 있던 감염자를 찾아내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24일까지 부산 시내 검사소에서 검사를 받은 인원은 약 7만 명으로, 이중 양성 판정자는 100명이었다. 가만히 놔뒀으면 ‘소리 없는 전파자’로 지역 곳곳에 코로나19 전파의 뇌관이 됐을 위험 요인을 미리 막은 것이다.

이런 맹활약으로 검사소는 이후 계속 연장 운영됐다. 그러나 운영 인력과 공간 확보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남구 검사소의 경우 부족한 의료 인력을 인근 병원의 지원으로 버텨 왔지만, 더는 지원을 받지 못하자 결국 17일 문을 닫아야 했다. 사상구 검사소는 의대생으로 겨우 운영을 해 왔으나, 개학과 더불어 이들이 떠나자 24일 폐쇄됐다. 문을 닫은 다른 검사소 사정도 이와 대동소이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남은 다른 검사소에 검사 수요가 폭증해 업무 과부하로 검사 공백 사태가 우려된다고 하니, 예상했던 일이 아닐 수 없다. 검사소 폐쇄의 후폭풍이 방역 구멍으로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방역이 여전히 최우선 국가과제인 상황에서 임시 선별검사소의 대책 없는 폐쇄는 코로나 전쟁에서 백기를 들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아직도 국내에는 매일 400명 안팎, 부산에선 30~40명 정도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현실을 결코 얕보아선 안 된다. 거침없던 3차 대유행의 기세를 한풀 꺾이게 한 데는 임시 선별검사소의 역할이 컸다는 점은 자명하다. 방역 당국과 부산시는 이를 고려해 적정한 숫자의 검사소가 계속 운영되도록 묘안을 짜내야 한다. 지역 의료계와 협력해 검사소 인력 풀의 확보와 근무 여건 개선에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한 치 방심은 바로 엄청난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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